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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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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정신병자가 활보하는 사회 같다- 전강준(부국장대우 사회2부장)

  • 기사입력 : 2017-07-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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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아파트 외벽 작업자가 옥상에서 줄을 자른 사람에게 죽임을 당하고, 느린 인터넷 속도를 수리하러 온 기사가 살해됐다. 합천에서는 40대 남성이 엽총을 지닌 채 전처를 데려와달라며 경찰과 대치하다 23시간 만에 자수했다. 또 쳐다봤다는 이유로 젊은 여성이 노인을 발로 차 폭행하는 등 분노범죄가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일명 홧김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2~2016년 습관 및 충동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4937명에서 5920명으로 5년 새 19.9% 증가했다고 밝혔다. 분노·욕구 등 자신의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습관 및 충동장애 환자가 몇 년 새 20%나 증가한 것이다.

    경제환경이 썩 좋지 않을 때 충동·분노범죄가 쉽게 일어난다. 사회여건이 자신의 뜻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화가 치밀어 오르고, 특히 젊은 사람일수록 더하다.

    심사평가원은 남성의 증가폭이 여성보다 컸지만 20·30대는 남녀가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밝혀, 사회적 활동이 활발한 시기에 충동장애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해 이를 뒷받침한다.

    사실 감정과의 충돌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시작된다.

    출근할 때, 운전대를 잡을 때, 회사생활할 때, 집에 갈 때까지 수십 번 감정이 충돌하고, 또 인내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렇다고 가정 내에서도 편한 것만은 아니다. 어쩌면 가정에서 또 감정을 다스려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일반인이라면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분출하는 감정과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하루는 인내의 시간이다. 분노가 왜 없겠냐만은 단지 자기조절로 ‘욱’하는 감정폭발을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경제위기 상황인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그때도 ‘욱’하는 홧김범죄가 많았다. 지금과 비슷하다.

    지나가는 사람 그냥 때려 쓰러뜨리기도 하고, 욱하는 성격에 가족과 이웃을 살해하기도 했다. 그때부터 폭행, 살해 등 ‘묻지마’가 유행했다.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묻지마 폭행, 살해가 다시 재발한 느낌이다.

    음악 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줄을 자르고,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고 수리기사를 흉기로 찌르고, 늙은이가 감히 쳐다봤다는 이유로 발길질하고, 운행에 방해를 받았다고 내려 남의 차에 뭉둥이질하고,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사회는 온통 정신병자들이 활보하는 세상처럼 느껴진다.

    전문가들은 분노조절장애를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할 게 아니라 예방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하지만 정답을 꼭 짚지는 못한다. 사회 안전망이라는 게 어릴 때부터의 교육과 다양한 시스템만이 아니다.

    하루하루 끼니 걱정과 과다한 빚으로 고통받지 않는 사회, 취업에 목말라하지 않는 사회, 경제·사회 등 전반적으로 안정된 사회만이 안전망일 수 있다. 경제, 사회가 불안전하다면 홧김범죄는 줄어들지 않는다.

    현재 우리 사회는 온통 위험한 수준에 놓여 있다. 사업 실패와 실직의 아픔, 불가능한 취업, 가정사 등 여러 고통을 안고 산다. 근본적 해결책은 못 되지만 주위 모든 사람에게 따뜻한 시선과 말 한마디가 그리워지는 세상이다.

    전강준 (부국장대우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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