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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129) 제19화 대통령선거 59

“비가 좀 많이 왔으면 좋겠네”

  • 기사입력 : 2017-07-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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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창문을 살짝 열어 놓아 빗소리가 더욱 높았다. 눈이 떠지자 침대를 더듬었다. 이준석의 몸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부스스한 눈으로 침대를 살피자 이준석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

    ‘아침도 먹지 않고 갔네.’

    서경숙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슴속이 허전해지는 기분이었다. 날이 밝아 창밖이 환했다. 아파트 단지 광장에 출근하는 사람들과 학교에 가는 학생들이 보였다. 언제나 아침이면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아파트단지는 사람들이 출근하는 아침과 퇴근하는 저녁시간의 풍경이 확연하게 다르다.

    ‘장마가 시작되는구나.’

    서경숙은 침대에 걸터앉아 아파트광장을 내려다보았다. 하얗게 쏟아지는 빗줄기 사이로 정원에 작약꽃이 활짝 피어 있는 것이 보였다. 요즘은 아파트의 정원도 잘 가꾸어져 수목이 울창하고 색색의 꽃들이 활짝 핀다.

    시계를 보자 8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서경숙은 샤워를 하고 커피를 마시면서 화장을 했다. 옷을 갈아입었을 때 운전기사 최명수가 왔다. 아침은 거르기로 했다. 서경숙은 최명수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갤러리로 향했다.

    “관장님, 장마가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최명수가 뒤를 돌아보고 말했다. 최명수는 여전히 머리와 와이셔츠가 깔끔하다.

    “그러게. 요즘은 장마도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최근 몇 년 동안 장마다운 장마를 보지 못했다.

    “금년에 가뭄이 심했습니다.”

    “비가 좀 많이 왔으면 좋겠네.”

    “200㎜는 온다고 합니다. 충분히 해갈은 되고 남을 겁니다.”

    가뭄이 유난히 심했다. 5월부터 6월까지 비가 내린 날은 사흘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빗줄기는 굵은 소나기였다. 하얗게 쏟아지고 있어서 거리가 물걸레처럼 젖어 있었다.

    “최 기사님.”

    차가 아파트단지를 벗어났다.

    “네.”

    “수색 쪽에 땅 산 거 팔아야 할 거 같아요.”

    “예? 지금 땅값이 한창 오르고 있는데 팝니까?”

    “지금 파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두 배 정도 올랐죠?”

    “예.”

    “그럼 한 달만 더 있다가 팔아요.”

    부동산 투기를 잘못하면 지탄을 받는다.

    “예. 관장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는 내일부터 팔아야겠어요.”

    “왜 그렇게 하십니까?”

    “일주일에 한 번씩 청와대 일을 해야 돼요. 청와대 일을 하면서 투기를 할 수는 없잖아요?”

    서경숙은 민정수석실에 출근하는 것이 내키지 않아 한숨을 내쉬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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