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세상을 보며] 음주 색깔론- 양영석(문화체육부장)

  • 기사입력 : 2017-07-05 07:00:00
  •   
  • 메인이미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음주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술을 자주 마시거나 많이 마셔도 다른 사람에게 크게 피해를 주거나 주사를 부리지 않는다면 이해를 한다. 술을 마시는 것이 사회생활, 즉 인간관계를 형성하거나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인 듯하다.

    술인심도 후하다. 주위에 안 좋은 일을 당했거나 실의에 빠진 사람이 있으면 기꺼이 술 한잔 사주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그런데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마시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음주문화 탓인지 술자리에서 몸을 사리는 사람에겐 그리 너그럽지 않다. 자신보다 술을 적게 마시거나 천천히 마시는 사람에겐 눈을 부라리며 타박한다. 희로애락을 교감하거나 화합을 위한 술자리인 만큼 내가 한 잔 마셨으니 너도 한 잔 마셔야 공평한 것 아니냐며 술을 강권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체질상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은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다.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 억지로 몇 잔 더 마셔보지만 온몸이 빨개지는 등 거부반응이 일어난다.

    왜 그럴까. 술을 마시면 술에 포함된 알코올이 위장에서 흡수돼 혈액 속으로 들어간다. 이 알코올은 간으로 운반된 후 알코올탈수효소(ADH)에 의해 분해돼 아세트알데히드란 물질로 바뀐다. 아세트알데히드는 다시 아세트알데히드 분해효소(ALDH)에 의해 아세트산과 물로 분해돼 소변으로 배설된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상당한 독성을 지닌 물질로, 몸 안에 쌓이면 정신이 몽롱해지거나 어지럼증이 생기고 속이 울렁거려 구토를 일으킨다. 이런 상태를 보통 술에 취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술에 약하다는 것은 바로 아세트알데히드 분해효소가 남들보다 적거나 그 작용이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체질적으로 술이 약한 사람은 남들 만큼 많이 마시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술을 자주 마시면 주량이 는다는 얘기도 설득력이 없다.

    예전에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과 얼굴색이 변함없는 사람 간에 어느 쪽이 술자리에서 불리한가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것을 본 적 있다.

    얼굴이 빨개지는 쪽에서는 몸속에서 알코올이 빨리 분해되지 못해 당연히 불리하다고 주장하지만, 얼굴색이 그대로인 쪽은 술을 아무리 마셔도 표시가 안 나니 다른 사람보다 휠씬 많이 마셔야 해 힘들다고 항변했다.

    술이 세나 약하나 똑같은 입장이라는 주장은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지만 궤변이다. 술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에겐 적당량을 마시도록 배려해줘야 한다.

    한국인의 40%는 알코올 분해 효소가 매우 적어 술에 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억지로 술을 먹이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알코올이 몸속에서 빨리 분해되지 못해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들은 알코올이 완전히 분해되기 전 상태인 아세트알데히드가 몸속에 오래 남아 있는데, 이는 몸속 세포에 상처를 내 각종 질병의 위험을 높인다.

    세상살이가 고달프니 술 한잔으로 위안 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단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돌볼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의 주량에 맞게 마시고 다음 날 일정에 영향을 주지 않을 시간에 귀가하는 것이 현명하다.

    좋은 술 마시다가 건강을 해쳐서야 되겠는가.

    양영석 (문화체육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양영석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