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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학습부적응 학생 해법은 심리적 안정이 먼저다- 황미영(한국학습클리닉 경남부산지부 대표)

  • 기사입력 : 2017-07-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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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와 선생님의 물건을 훔치는 아이들. 수업시간에 단 1분이라도 앉아 있지 못하고 교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아이들. 충동분노조절이 되지 않아 물건을 집어 던지고 폭행과 폭언을 일삼는 아이들. 친구와 관계를 맺지 못하고 학교에 오기 싫다고 매일 우는 아이들….

    현재 학교 교육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이런 행동들은 과거 가족이나 주위사람들에게 받은 상처나 트라우마로 인해 정서적 문제가 내재화돼 행동이 습관화돼 버렸을 때 나타난다. 이런 아동들을 학습부적응자라고 한다.

    증가하고 있는 학습부적응은 학생 개인의 문제뿐 아니라 학교 및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교육당국은 이런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다양한 지원프로그램과 자료 보급, 학습클리닉센터 운영, 학습부적응 전담강사 배치, 교사와 학부모 연수 등을 실시해 학습부적응 학생들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5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실시한 중·고등학생들의 학업성취도 결과를 보면, 지역과 성별, 과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18~25% 정도가 학습에 어려움을 보이고 있다. 수학과 과학 과목은 30~42% 정도가 학습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초등학생의 경우는 2013년 이후 국가수준성취도 평가가 폐지돼 학습부진아동의 실태 파악이나 지원 활용 및 개선 방안에 대한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결과를 알기는 힘들지만 10~20% 정도가 정서적 고통으로 학습에 어려움을 보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이 고학년으로 진학 시 늘어나고 있는 것은 생물학적 요인과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효율적인 지도방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학급에 18~28명 정도의 학생들이 함께 생활을 하고 있어 한 명의 교사가 학습부적응 아동들을 관심 갖고 지도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학습부적응 학생들은 조기치료와 접근이 중요한데 학업성취가 나타나는 초등 고학년이 되거나 중학생이 될 때 심각성을 파악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또한 주 양육자의 지속적인 상담이나 교육이 필요한데 이러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학습부적응의 원인은 학교학습을 할 수 있는 정상적인 지적능력이나 잠재력은 있으나 가정환경, 학교환경, 심리적 요인, 인지적 요인 등에 의해 학업성취에 어려움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시기에 적절한 양육과 교육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아동들은 인지왜곡과 함께 정서적 불안정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아 더 과격한 행동을 하게 된다.

    학습부적응이 발생하는 초등학생 시기에 심리적 안정에 도움을 주는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학년 시기에 정서적 문제가 나타난 경우 단시간을 투자해도 빠른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초등 고학년이나 중등 시기에는 많은 시간을 투자해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 학습부적응 아동들은 자기효능감, 학습동기, 불안, 학업스트레스, 우울 등 정서적 요인으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학업성취도가 낮다. 이런 아동들에게 내적동기유발을 위한 정서적 지지를 해 준다면 학교생활과 학습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마음이 아픈 이 아이들을 치유하는 길은 학습을 위한 문제지를 푸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대화하고 칭찬해 스스로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자신을 사랑하는 힘을 길러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부모들은 잔소리를 줄이고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하며 격려해줘야 한다.

    지난 시절 자녀에게 상처를 준 행동을 한 부모들은 후회스럽고 혼란스럽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부터 내 자녀들이 건강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자신을 사랑하는 힘을 키우는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해보자.

    황미영 (한국학습클리닉 경남부산지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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