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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9월 23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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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블루스 3] 청년 대안주택 만드는 유지황 씨

미래농업 이끌 청년농부의 꿈터 만들기

  • 기사입력 : 2017-06-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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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의 꿈은 농부다. 농부의 아들도 아니고 농업 학과 출신도 아니지만, 농업에 미래가 있다고 믿는다. 청년은 ‘무일푼 농업세계일주’도 도전했다. 친구 셋과 1년 9개월간 무려 12개국을 돌았다. 세계 각국 농장에서 수많은 농부들을 만나고 일했다. 그리고 1년 후, 청년은 진주시 정촌면의 한 벌판에서 직접 집을 짓기 시작했다. 농부가 되고 싶다던 청년은 왜 갑자기 집을 만들게 됐을까. 이번 청춘블루스의 주인공인 유지황(31)씨를 만나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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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대안주택 만드는 유지황 씨. /성승건 기자/

    ▲ 농사를 짓고파 집을 짓다

    “농사를 지으려고 알아봤는데 농촌에 아무런 기반 없이 시작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우선 거주지가 문제였죠. 내 집 마련에 대한 고민 끝에 문득 자취방 보증금으로 집을 짓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목조주택을 짓는 수업을 듣게 됐고, 저처럼 집 때문에 고민인 농촌 청년들을 위한 집을 지어 보기로 결심했죠. 땅이 없는 청년들을 위해 대지 허가 없이 농지에도 올릴 수 있는 농막(6평 이하) 형태의 집을 이동식으로 짓기로 했어요.”

    청춘이라서 가능했을까. 고민이 결심이 되고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3개월 속성으로 전문가에게 집짓기의 기본을 배웠고, 전국 청년 20명을 인터뷰해 원하는 집 디자인을 완성했다. 자취방 보증금을 빼려다 진주 코앞건설 대표의 도움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1000만원을 투자 받았다.

    그는 ‘청년둥지제작소-코부기’란 이름으로 친구 김두승(27)씨와 직접 집을 짓기 시작했다. 목표는 한 달. 예산은 1000만원. 생계비는 쉬는 날 건설현장 막노동으로 해결했다. 일도 배우고 돈도 벌자는 심산이었지만, 사실상 고된 일상의 연속이었다.

    “건축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서 하나하나 공부하면서 집을 지었어요. 설계부터 못질, 용접까지 모두 직접 했죠. 생각보다 많이 어려웠어요. 아이디어만 있다고 다가 아니더라고요. 비전문가다 보니 집짓는 기한이 예정보다 몇 배나 오래 걸렸고, 완성도도 많이 떨어졌죠. 그래도 전국에서 많은 친구들이 찾아와서 도와주고 공감해줘서 즐겁게 집을 지었어요.”

    집짓기를 시작한 지 5개월 만인 2016년 9월, 드디어 코부기 1호가 완성됐다. ‘코부기’는 ‘협동(coperation)’의 영어 첫 발음 ‘코’와 거북이가 합체된 말이다. 청년들이 함께 만드는 집, 거북이처럼 청년들이 쉬고 또 이동할 수 있는 집을 뜻한다.

    이날 기자가 직접 본 코부기는 겉모습은 다소 투박했지만 내부는 정갈하고 실용적이었다. 6평(19.8㎡)의 협소한 공간이 현관, 신발장, 화장실, 부엌, 드레스룸, 거실, 침실, 수납장 등 각개의 공간으로 잘 분할돼 있었다.

    그는 “코부기 1호를 성공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운 것도 많았다”며 “주거 문제로 고민하는 이 시대 청춘들을 위한 대안책으로 코부기가 활용될 수 있도록 점점 더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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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지황씨가 청년 대안주택인 이동식 주택 ‘코부기’를 만들고 있다./유지황씨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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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지황씨가 진주에 만든 청년 대안주택 ‘코부기’. /성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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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부기'를 만들고 있는 유지황씨. /유지황씨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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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부기' 실내 전경./성승건 기자/

    ▲왜 농사인가

    농사에 대한 꿈은 10여 년 전 시작됐다. 첫 배낭여행으로 떠난 이집트. 밤 9시께 길에서 만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길가 자동차 밑에 잠자리를 펴고 누웠다.

    “그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 많은 생각이 교차했어요. 처음으로 타인에 대한 생각을 진지하게 하게 됐죠. 동시대를 살고 있고, 그들이 선택한 것도 아닌데,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기 힘든 삶을 살아내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했어요. 국가와 사회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주고 싶다는 꿈을 키웠죠.”

    방법을 고민했다. 대학시절 인턴으로 떠난 라오스와 학교 봉사활동으로 떠난 몽골의 아이들에게 치약이나 칫솔, 구충제 등을 모아 보냈다. 그러나 더 포괄적이고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들에게 식주학(食住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싶었다. 고민 끝에 닿은 답은 농업이었다.

    “스스로 농사를 지을 줄 알면 식량 문제가 해결되고, 농장을 기반으로 마을이 만들어지겠죠. 공동체에서 교육도 하는 거죠. 이러한 도움을 주기 위해서 제가 먼저 경쟁력 있는 농사 기술력을 갖추고 싶었어요. 그래서 농업세계일주를 떠났죠. 세계 속 청년농업의 시작과 수익구조에 대해 배우고 싶었거든요.”

    여행의 결과 그는 친환경 유기농의 미래가 밝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그는 “선진국은 벌써 청년농부들을 지원하는 제도 등을 통해 청년농업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우리나라도 청년실업과 지역활성화의 대안으로 농업을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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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지황씨의 농업세계일주 기념사진. /유지황씨 페이스북/

    ▲ 비상식량을 공급하는 농촌마을을 꿈꾸다

    그는 현재 코부기 2호를 짓고 있다. 정부지원 사업에 선정됐고 건축 전문가도 투입됐다. 조만간 사물인터넷을 결합한 똑똑한 코부기를 선보일 계획이다. 또 지난 25일에는 서울시청 광장에서 영화 시사회도 가졌다. 농업세계일주를 영상으로 기록한 영화 ‘파밍보이즈’ 시사회였다. 영화는 시사회를 기점으로 7월 중순부터 전국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또 조만간 그가 집필한 책 ‘파밍보이즈-세계에서 만난 청년의 미래(가제)’도 출간된다. 도전에 따른 결과물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중이다.

    “저는 늘 도전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영상이나 일기로 남기려고 해요. 스스로 리마인드도 되고, 누군가와 소통 창구가 되기도 하고, 또 다른 이들에게 자극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렇게 만든 결과물을 보고 멋있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사실 제게 이런 결과물은 고민과 고뇌, 고통의 배설물 덩어리예요. 이런 결과물이 나와서 기쁘지 않느냐 묻는다면, 배설한다고 아파 디지는 줄 알았다고 말하고 싶어요.(웃음). 하지만 고통의 배설물을 만들어 가는 과정과 결과물이 나왔을 때의 짜릿함이 엄청 크니까 오늘도 또 힘들게 고민하고 도전하는 것 같아요.”

    고민도, 도전도 끊을 수 없는 중독이다. 그의 계획으로는 최소한 50세까지는 이 중독에서 헤어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당장 코부기를 통해 청년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 5년 뒤에는 경쟁력 있는 청년 농업단체도 만들고, 10년 뒤에는 비상식량을 공급하는 마을을 만들기 위한 세계일주를 떠나고, 15~20년 뒤에는 아프리카나 동남아에서 그가 가진 농업 기술력으로 기아와 난민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계획을 읊는 그에게 청춘답게 즐기며 살고 싶지 않냐고 물었다. 그는 “이미 너무 청춘답게 살고 있어 문제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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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지황씨의 농업세계일주 기념사진. /유지황씨 페이스북/

    ▲ 이 시대의 청춘들아!


    그에게 청춘블루스 공식 질문인 ‘청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주변에 일어나는 문제를 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지 말고 고민하고 뭉쳐야 합니다. 청년들이 어른이 됐을 때 자신의 자리를 만들려면 지금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미루지 말고 당장 도전하세요. 대신 혼자 말고 주변에 사람을 찾아서 같이 하는 걸 권합니다. 여행도 꿈도 혼자 하는 것보다 훨씬 힘이 됩니다. 저도 코부기나 농업세계일주를 혼자 진행했다면 성공하지 못 했을 거예요. 사람들과 함께 하자고 손을 내밀고 도움을 요청하세요. 우린 청춘이니까 그래도 된다고 생각해요.”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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