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거부의 길] (1116) 제19화 대통령선거 46

“자는 거야?”

  • 기사입력 : 2017-06-22 07:00:00
  •   
  • 메인이미지


    강은 유유히 흘러갔다. 산천은 푸르고 풀과 나무는 신록이 무성했다. 장대한은 낚시를 하고 서경숙은 옆에 돗자리를 깔고 앉았다.

    “경숙씨도 낚시를 할래?”

    “아니요. 저는 구경이나 할게요.”

    강에서의 낚시는 쉽지 않았다. 물살이 빨라서 찌가 마구 움직였다. 물고기는 좀처럼 입질을 하지 않았다.

    장대한은 오랫동안 찌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서경숙은 지루했으나 한가하기도 했다. 민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서경숙! 요즘 뭘하는데 코빼기도 안보여? 얘, 우리 골프 한번 치자. 날씨도 좋은데 방구석 신세만 질 수 있어?”

    민 언니는 다짜고짜 소리를 질러댔다.

    “그래요. 언제요?”

    서경숙은 골프장에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너 편한 시간에 해야지. 잘나가는 니가 우리 시간에 맞출 수 있니? 호호…….”

    민 언니가 소리를 내어 웃었다.

    “그럼 금요일쯤 어때요? 내가 예약해 놓을게요.”

    “나야 좋지. 수련이도 좋아할 거야.”

    “그럼 그렇게 잡을게요.”

    서경숙은 민 언니와 한바탕 수다를 떨었다. 통화를 끝내고 골프장에 전화를 걸어 예약했다. 박윤수 화백의 전시회 때문에 심은지에게서 전화가 오기도 했다. 장대한도 몇몇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러나 더 이상 할일이 없었다. 서경숙은 돗자리에 누워 눈을 감았다. 햇살이 따갑고 부드러워 졸음이 밀려왔다.

    “자는 거야?”

    서경숙은 깜박 잠이 들었던 것 같았다. 장대한이 어깨를 흔들어 깨우는 바람에 눈을 떴다.

    “잠이 들었나봐요. 햇살이 좋아서….”

    서경숙은 웃으면서 눈을 비볐다.

    “날씨가 좋아. 햇살이 따갑기는 하지만 뜨겁지는 않고….”

    장대한이 옆에 와서 앉았다. 그러나 곧 폭염이 시작될 것이고 장마가 몰려올 것이다.

    “많이 잡았어요?”

    “한 마리도 못 잡았어. 전혀 안 잡히네. 입질도 하지 않아. 아마 낚시가 잘되는 철이 아닌 모양이야.”

    “여름에는 날씨가 더워서 물고기들이 깊은 곳으로 들어간대요. 언젠가 책에서 본 적이 있어요.”

    “그럼 낚시를 깊은 곳에 드리워야 하겠군.”

    장대한이 너털거리고 웃었다. 서경숙은 장대한이 펼쳐놓은 낚싯대로 갔다. 낚시의자에 앉아서 물위에 떠있는 찌를 응시했다. 물고기는 입질은 하지 않고 물결을 따라 찌가 흔들리고 있었다.

    서경숙은 강 건너를 응시했다. 강 건너는 산이 푸르고 모내기가 끝난 들판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세상이 온통 초록빛이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