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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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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주 기자의 영화읽기- 하루(감독 조선호)

지옥 같은 ‘하루’의 반복

  • 기사입력 : 2017-06-19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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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임워프, 타임슬립, 타임리프, 타임루프 등 시간의 흐름을 설정으로 삼은 영화와 드라마가 끊임없이 쏟아진다. 대중은 왜 시간을 거스르는 이야기에 열광할까?

    한 번 흘러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는 불변의 진리와 인간이 갖고 있는 후회라는 감정이 보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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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완숙되지 않은 존재여서 누구나 완벽히 성찰하지 못한 삶을 살게 되고, 이는 결국 후회로 이어진다.

    최근 개봉한 영화 ‘하루’는 ‘후회되는 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이라는 물음에서 출발하는데, 극적 장치로 등장인물이 특정 시간대의 처음과 끝을 반복하는 장르를 일컫는 ‘타임루프(Time Loop)’를 활용하고 있다. 과거로 돌아가 처음부터 그 문제를 해결해야 매듭지어지는 이 영화의 ‘타임루프’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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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의 성자라 불리는 의사 준영(김명민)은 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약속 장소로 향하던 중, 대형 교통사고 현장에서 죽어있는 딸 은정을 발견한다. 충격도 잠시,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딸의 사고 2시간 전으로 돌아가 있다. 몇 번을 시도해도 그날의 사고 현장은 바뀌지 않고 딸이 세상을 떠나는 지옥 같은 하루를 경험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고로 아내를 잃은 그날을 반복하는 민철(변요한)을 만나게 되고, 이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구하기 위해 하루에 대한 비밀을 쫓기 시작한다. 끔찍한 시간에 갇힌 두 사람 앞에 이 모든 일이 자신과 관련 있다고 말하는 의문의 남자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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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랑하는 가족을 구하려는 두 남자의 처절한 사투가 눈물겹게 이어진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엣지 오브 투모로우’나 ‘소스코드’ 등에서 봤듯 시간을 반복한다는 설정은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역경 속에서 가족을 구한다는 줄거리는 진부함을 가중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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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영화로 입봉한 조선호 감독은 이 난관을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이 같은 시간을 돌고 있다는 설정으로 헤쳐나간다. 기존 타임루프 영화가 한 사람이 특정시간을 반복한다는 클리셰를 갖고 있었다면 이 영화는 다수의 주인공이 만들어내는 돌발상황을 변수로 시간의 흐름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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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이 뻔히 예상되는 스토리에도 관객이 몰입할 수 있는 비결은 단연 배우에 있다. ‘연기 본좌’로 불리며 대중의 신뢰를 얻은 배우 김명민과 뛰어난 발성, 캐릭터 분석력으로 연기력을 인정받는 신예 변요한이 반복된 배경으로 다소 늘어지거나 지루할 수 있는 극을 촘촘하게 엮어간다. 두 배우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을 위기에 처한 남자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연기는 단연 으뜸이다. 다소 개연성이 부족하더라도 지지부진하게 스토리를 설명하는 전개 대신 빠른 편집으로 간결하게 반복된 장면을 보여주는 방법을 택해 속도감을 유지한 연출도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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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줄거리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의문의 남자 강식(유재명)을 배치해 가족애에서 한발 나아가 용서와 관용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확장시킨다. 누군가에게 진심을 다해 사과한다면 용서받을 수 있다는 교훈적 메시지도 담겨 있다. 이 영화는 누구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문제를 저지르는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또 자신의 죄를 진심으로 고백하는 일이 마땅히 필요한 일임을 되새기게 한다. 용서하고 싶은 자나 용서받고 싶은 자에게 어떻게 하면 손을 내밀 수 있는지 해답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영화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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