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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창업과 수성, 장수기업으로 가는 길- 배은희(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본부장)

  • 기사입력 : 2017-06-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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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태종 이세민은 중국 수나라 말 혼란기에 아버지 이연과 함께 당나라를 세웠다. 이후 그는 민생을 안정시키고 인재를 고루 등용하여 후세 왕들에 치세의 본보기를 보임으로써 왕조의 기틀을 닦은 인물이다.

    당태종의 태평성세를 다룬 정관정요(貞觀政要)를 보면 ‘이창업 난수성(易創業 難守成)’, 즉 창업은 쉬우나 수성은 어렵다는 말이 있다. 하루는 당태종이 신하들에게 창업과 수성 중에 어떤 것이 어려운 일이냐고 질문했다. 개국공신 방현령이라는 신하는 국가를 세우려면 수많은 적을 격파해야만 하므로 창업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위징이라는 신하는 군주는 천하를 얻고 나면 마음이 교만해져 정사를 게을리하게 되어, 민심이 정권과 멀어지므로 수성이 창업보다 더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이 말을 들은 당태종은 창업도 어렵지만, 지금은 나라가 더욱 번영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마음으로 나라의 수성에 매진할 것을 강조했다. 중국의 역사뿐 아니라 우리 역사를 보더라도 수많은 영웅이 권력의 정점에 올랐으나, 왕조라고 불릴 만큼의 역사를 가진 나라는 많지 않았다. 창업에 성공은 했으나, 수성에 실패한 예가 많다는 것으로 그만큼 수성이 어렵다는 방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한 기업이라 하더라도 5, 10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는 기업이 허다하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평균수명은 11년이고, 창업 후 30년이 넘는 기업은 2%에 그친다. 국내기업 중 100년 이상 역사를 가진 기업은 7개사에 불과하다고 한다. 자본주의 역사가 짧고 경제 규모가 적다는 것을 고려해도 미국 1만2000개, 독일 1만 개, 네덜란드 3000개에 비해 그 숫자가 턱없이 적다.

    새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벤처부로 승격시키고, 벤처 창업을 독려해 일자리 창출을 활성화해 나갈 것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고용 없는 성장시대에 창업만이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창업을 통해 젊은 기업들이 늘어나면 새로운 혁신기술과 제품개발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나라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안정적 고용 유지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도가 높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존 기업에 대한 육성책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난 2월 중기청에서는 사업경력이 45년 이상이 넘고 지속 성장이 기대되는 중소기업 6개사를 첫 번째 명문 장수기업으로 선정한 바 있다. 영예롭게도 창원산단 입주기업인 삼우금속공업(주)도 여기에 포함되었다. 이들 기업의 특징을 보면 평균 업력이 56년이고 기업의 매출, 고용, R&D투자 비율 등 모든 면에서 동일 업종 다른 중기들보다 현격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수기업의 특징을 솔개에 비유한 자료를 보았다. 솔개의 수명은 70년으로 다른 조류에 비해 매우 길다. 솔개는 태어난 지 40년이 되면 죽든지, 아니면 6개월에 걸쳐 고통스럽게 자기 몸을 쪼아 새로운 부리, 발톱, 깃털을 얻고 30년의 수명을 더 누리게 된다. 기업 이익률은 설립 초기에는 높다가 해가 지날수록 낮아져 30년 정도에 저점에 이른다. 이 저점에서 기업이 명을 다하든지, 아니면 솔개처럼 기업도 뼈를 깎는 혁신의 과정을 이겨 낸다면 다시 이익률은 높아지고 장수기업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는 것이다. 올해로 창원산단 조성 43년이 됐다. 창원산단은 1980년대 초반까지는 외지서 이전한 대기업이 주를 이루었다면, 이후 1980~90년대에 창업이 활성화돼 현재 창원산단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 당시 창업한 기업들이 어느덧 30년이 지난 셈이다. 지금이야말로 기업은 내부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지역은 이 기업들이 명문 장수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때라 생각한다.

    배은희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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