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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결혼과 방심- 전강준(부국장대우 사회2부장)

  • 기사입력 : 2017-06-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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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심하면 결혼한다.’

    한 지인이 페이스북에 이 같은 문구를 올리면서 웃음을 자아냈다. 결혼에 관한 의사표시지만 만만치 않았던 결혼생활을 암시했다.

    만만치 않은 결혼생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은 남아공 대통령 넬슨 만델라였다.

    넬슨 만델라는 27년을 남아공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 평등과 자유 의지를 꺾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매일같이 당하는 고문과 매질도, 40도가 넘는 남아공 사막에서의 강제노동도 견뎌냈다. 지옥같은 27년간을 참아내고 감옥에서 나온 그는 그를 기다려준 아내와 6개월 지내다 이혼했다.

    이 코믹스런 내용을 미국의 연예인이 개그 소재로 사용했다. 아내와의 6개월 생활이 27년간의 온갖 압제보다 힘들게 보였고, 자유 없는 생활 강요는 아내가 더 심했던 모양이다.

    먼 나라 얘기를 하지 않더라도 가까운 일본에서 유행하는 졸혼이 우리나라로 넘어오고 있다. 아이가 장성해 결혼할 때까지 키워 놓고 이제 서로가 간섭하지 않는 자유를 찾아 졸혼을 한다. 이혼과는 다른 의미로 함께 지내더라도 서로 간섭을 하지 않는 방법이다.

    각자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성인이 만나 함께 산다는 것은 다툼 없이는 불가능하다. 평생을 싸우며 가정을 꾸려 나가는 것이 결혼생활이다. 그만큼 힘든 것이다.

    그렇다고 지레 겁 먼저 먹을 필요는 없다. 살다보면 살아지는 것이 결혼생활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인구절벽 시대에 접어들었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출생아 수가 30만명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 분석했다. 사상 첫 40만명 선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양육과 교육비 부담,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등 출산에 따른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결혼하기가 쉽지 않은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가면서 각 고장에는 아이가 없는 곳이 많아졌다. 그래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는 인구 증가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수립하고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약 1000만원에 이르는 출산장려금과 양육비, 수업료 등 각종 출산장려금, 전입 활성화로 출산율 끌어올리기 등이 줄을 잇고 있다. 한마디로 지자체가 인구 늘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결혼에 대한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크게 늘 수 없다. ‘사는 게 고통인데 이 어려움을 자식들에게 넘기지 말자’라는 생각이 고정된다면 출산율 저하뿐만 아니라 결혼조차도 하기 힘들어진다.

    졸혼도, 방심했음을 아는 것도 결혼 이후에 오는 것이다. 결혼하지 않는다면 졸혼의 맛도 볼 수 없다.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생활에 지레 겁을 먹는 것은 아닐까 싶다. 사회가 해결해야 할 결혼에 따른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이 우선이지만 한번 부딪혀볼 만한 게 또한 결혼이다. 비록 6개월 만에 헤어졌지만 넬슨 만델라도 감방에서 나가면 반길 가족이 있었다. 그래서 남녀 모두 가끔씩 ‘방심’할 필요가 있다.

    각종 출산대책과 방심이 빛을 발하려면 ‘사는 게 즐거움’이라는 것이 대중화돼야 한다. 사회가 즐거워야 인구감소가 극복될 수 있음을 국가는 알았으면 한다.

    전강준 (부국장대우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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