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가고파] 뒷담화- 이준희 문화체육부 부장

  • 기사입력 : 2017-06-14 07:00:00
  •   

  •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남의 이야기 늘어놓기를 정말 좋아한다. 자신의 그릇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면서 남의 그릇을 놓고 이래라 저래라 논하다 보니 종종 말썽이 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남의 험담을 일상화처럼 늘어놓는 것이 부지기수다. 물론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누적된 불만을 분출하는 한 방법일 수도 있지만, 결국은 돌고 돌아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왜 모를까?

    ▼‘뒷담화’의 탄생 배경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당구 용어 ‘뒷다마’에서 온 비속어라는 말도 있고, 담화(談話)와 우리말의 뒤(後)가 합쳐져 생긴 합성어라는 이야기도 있다. 국어사전에는 보통 남을 헐뜯거나, 듣기 좋게 꾸며 말한 뒤 뒤에서 하는 대화, 또는 그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지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용어 자체가 검색되지 않는다.

    ▼뒷담화가 우리들의 삶에 미칠 파장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뒷담화는 무서운 속도로 사람의 입을 옮겨다니다가 언젠가 표적을 바꿔 말을 내뱉은 사람의 귀와 혀와 가슴을 향해 돌진한다. 상대의 단점만을 발견하기 위해 몸부림친다는 것은 어쩌면 스스로 내면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남을 칭찬할 줄 모르면서 존중만 받으려 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일본의 심리학자 ‘시부야 쇼조’는 ‘타인을 깎아내리는 언행을 서슴지 않는 사람은 칭찬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고 말한다. 상대보다 비교 우위에 있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기에 상대방을 뒷담화로 내리찍어 자기 수준으로 격하시켜야 마음이 놓인다는 것이다. 이기주의 저서 ‘말의 품격’을 보면 말을 의미하는 한자 ‘언(言)’에는 묘한 뜻이 숨겨져 있다고 한다. 두(二)번 생각한 다음에 천천히 입을 열어야 비로소 말(言)이 된다는 것이다. 사람에게 품격이 있듯 말에는 나름의 품격이 있다. 그것이 바로 언품이다는 말이다.

    이준희 문화체육부 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준희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