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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신혼부부들의 집 마련하기- 이문재(경제부장)

  • 기사입력 : 2017-06-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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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개 부모들의 가장 큰 관심사이자 근심거리는 자녀에 관한 것이다. 출생에서 보육, 또 교육에서 결혼까지, 매 순간 혹시나 삐끗할까봐 마음을 놓지 못하는 것이 부모다. ‘교육만 마치면 끝이다’며 쿨한 척했다가도 막상 자녀의 결혼과 맞닥뜨리면 또 안절부절못하는 게 부모의 마음이다. 수억원이 든다는 호화 결혼식은 못 올려주더라도, 어떻게 하든 살림집은 마련해주고 싶은 게 의무이자 도리라 여기기 때문이다. ‘해줘야 되나, 모른 척해야 하나, 또 해준다면 어느 수준까지 도와줘야 하나.’ 자신의 노후생활과 바꿔야 할지도 모르는 자식의 집 마련 문제는, 아마도 노년에 접어든 부모의 인생에서 마지막 갈등이 아닐까 싶다.

    최근 수년 새 주택가격과 전세금이 오르면서 신혼부부들이 집 마련을 위한 부담이 커졌다. 보건사회연구원이 15~49세 기혼여성 9000여명을 대상으로 신혼집 마련 비용을 조사한 결과, 2015년 기준 자가 구입비는 평균 1억1800여만원, 전세보증금은 평균 4900여만원, 월세 보증금은 평균 1300여만원 등으로 나왔다.

    특히 최근 결혼한 경우일수록 신혼집 마련에 비용이 많이 들었는데, 자가구입의 경우 1995년 이전에 결혼한 부부는 평균 7300여만원을 지출했지만, 1995~1999년에는 8500여만원, 2000~2004년 1억1100만원, 2005~2009년 1억3300여만원, 2010~2015년 1억5600여만원이다. 2010년 이후 결혼한 부부가 1995년 이전에 결혼한 부부보다 신혼집 구입에 2배 이상의 비용이 들었다는 것이다.

    전세보증금도 마찬가지로 1995년 이전은 2000만원 남짓이었지만, 2010~2015년에는 약 1억원을 준비해야 했다. 20년 새 4배 정도 오른 것이다. 이처럼 신혼집 마련에 드는 비용이 급증하자 대출의존도도 높아졌고, 대출액수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1억원 이상 대출 비율이 1995~1999년 2% 정도에 그쳤지만, 2000~2004년 6.4%, 2005~2009년 7.7%에 이어 2010~2015년 약 15%까지 높아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모의 도움을 받거나 빚이라도 얻을 수 있는 직장에 다니면 다행이지만, 이도 저도 아니면 신혼집 마련은 결혼부부의 가장 큰 짐이 됐다.

    역대 정권마다 신혼부부의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을 펼쳐 왔다. 결혼인구가 많아야 인구 등 여러 국가·사회적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도 예외가 아닌데, 부동산 정책을 부동산시장 활성화보다는 주거복지에 방점을 찍었다. 공약에는 공적 임대주택을 임기 5년간 매년 17만 가구씩 총 85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첫 물량 17만 가구 중 13만 가구는 공공기관이 직접 공급하고 관리하는 장기 임대주택, 4만 가구는 임대료 인상을 억제하고 임대기간을 장기화하는 공공지원 임대주택으로 배분했다. 전체 공공임대주택 중 4만 가구는 신혼부부에게 우선 공급한다.

    특히 생애 최초로 주택을 사는 신혼부부에게 우대금리 대출을 확대하고, 공공임대나 융자지원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신혼부부에게는 결혼 후 2년간 월 10만원을 ‘주거안정 지원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계획했다. 많은 정책을 준비했지만, 지원은 늘 수요를 넘지 못한다. 그나마 공평무사하고 투명하면 다행이다. 새 정부의 주택정책이 결혼을 앞두고 방 한칸에 속태우는 예비 신혼부부들의 짐을 다소나마 덜어주길 바란다.

    이문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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