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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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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눈물의 해석- 권영을(문학지망생·주부)

  • 기사입력 : 2017-06-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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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은 온전히 참되게 비통하고 감격이고 감동일 수 있는가. 사람들은 그 의미의 명제 앞에서 얼마만큼 정직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본다.

    통속의 서정이 아닌 다큐의 서사는 화석처럼 박힌 마디마디 시린 눈물 꽃이 더 많다.

    세월호가 3년 만에 인양됐다. 녹슨 폐선 위 묻었던 슬픔의 꽃잎들이 날린다. 3년 전 4월임에도 차갑게만 느껴지던 날, 낯선 바다의 별들이 된 아이들과 다시 해후하는 이 봄은 아프다. 돌이켜보면 그날 이후 한동안 버거운 슬픔에 부표처럼 부대끼며 생활의 무력감과 잿빛 우울을 거두기가 쉽지 않았었다.

    어찌 보면 조금은 먼 거리 막연한 연민일 수도 있을 텐데, 유난히 가슴이 쓰렸다.

    타인이 이러할진대 그들의 부모 맘은 어떠할까. 또 심장을 가로지르는 강물같은 그 눈물은 어찌할까.

    마음은 때론 눈물 한 방울의 묵시적 언어이다. 내가 최근에 본 눈물 하나의 묵시록,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지도자가 지지자들만을 향해 보였던 눈물은 참 불편한 씁쓸함이었다.

    노란 별꽃 닮은 아이들 스러져가던 날, 좀 흐트러지고 일그러지더라도 의전과 치장보단 가슴 열어 지켜주고 울어주는 진정한 지도자의 눈물을 그날 우리에게 보여주었더라면….

    지금도 성실하게 대응했다고 애써 강변하는 한때 신뢰를 맡겼던 지도자에게 우린 시스템을 묻기 앞서 가슴을 묻는 것이다. 이념도 정치색도 그 무엇도 첨삭되지 않은 온갖 수식어로 윤색되지 않은 눈물 하나 얻고 싶었다면 너무 큰 욕심일까?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앞으로 또 선거철이 되고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들의 야윈 손 잡고 눈물 글썽이는 위정자들을 만날 텐데, 왜곡된 그 퍼포먼스에 사람들은 또 얼마나 속게 될까 두렵다. 신파와 같은 허망의 눈물 앞에 우린 담대한 재해석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 별이 된 아이들은 쓰린 눈물일랑 거두라고 우리에게 주문한다.

    ‘행복한 눈물’이 형용모순의 혜안이야말로 눈물의 정제된 힘이자 우리가 먼저 간 꽃들에게 바치는 아름다운 헌시이다.

    심장이 억겁의 시간 돌아 아리고 아린 기쁨의 살들이 돋는 것이 아니라면 울지도 말라! 안아 치유해주는 카타르시스가 아니라면 그 신성함 갖지도 말라! 눈물은 가장 정직할 때 가장 힘센 권력이고 의미이다.

    바다의 소금처럼 고운 입자로 하얗게 부서지고 다시 피어 ‘눈물’이 된 노란 별꽃들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선물이다.

    권영을 (문학지망생·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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