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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109) 제19화 대통령선거 39

“와인이 맛있어요”

  • 기사입력 : 2017-06-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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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숙은 기자들이 모이자 차부터 대접하고 갤러리를 돌아보게 했다. 기자들은 차를 마시면서 박윤수의 그림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서경숙은 박윤수의 그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그의 그림이 재평가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다. 기자들은 박윤수의 그림에 대해서 평론가와 화가들이 어떻게 평가하는지 관심을 기울였다.

    쏴아아아. 빗줄기가 굵어졌다.

    서경숙은 비가 오고 있었으나 정원에 차일을 쳤다. 레스토랑에서 술자리를 마련할 수도 있었으나 야외가 좋을 것 같았다. 기자들도 야외에서 술을 마시는 것을 좋아했다. 정원에는 꽃나무들이 많았다. 차일이 넉넉하여 빗줄기가 사람들에게 떨어지지는 않았다.

    서경숙은 기자들에게 박윤수의 그림 열한 점을 소유하게 된 사연도 설명해주었다. 기자들이 로또에 맞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박윤수 화백의 그림을 얻으셨으니 횡재하신 거네요.”

    J일보의 조장환 기자가 말했다. 기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제가 여섯 점을 얻은 것은 아주 오래전 일이에요. 20년 정도 되었죠. 그 당시 한 달 하숙비를 모두 털어서 그림값을 지급했으니까 사실 적지 않은 투자였어요. 오빠에게 혼났어요.”

    서경숙은 빗줄기가 날리는 정원에서 술을 마시자 기분이 좋았다.

    “관장님, 당시부터 그림을 보는 눈이 있었어요?”

    “무엇인가 끌렸어요. 그림에 잡아당기는 힘이 있더라고요.”

    서경숙은 웃으면서 조장환 기자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심은지와 전은희도 기자들과 술을 마시면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전에 삼일그룹 비서실에 근무하셨다고 했죠?”

    M경제신문의 황미애 기자가 물었다. 30세가 안 되어 보이는 젊은 기자였다. 긴 생머리에 윤기가 흐르고 있었다.

    “어떻게 아세요?”

    “우리 팀장님이 전에 삼일그룹을 담당했었대요.”

    “아 그랬군요.”

    “와인이 맛있어요.”

    황미애가 붉은 와인을 음미하듯이 한 모금 마셨다.

    “우리 나라 제품이에요. 수도회에서 포도주 만드는 법을 배운 분이 제조했어요.”

    “수도회요.”

    “천주교 수도회는 포도주를 잘 만들어요. 미사에 쓰기 때문에….”

    “천주교 신자세요?”

    “대학 다닐 때까지 다녔어요. 저도 수녀님에게 포도주 담그는 법을 배웠어요. 진짜 포도주는 소주를 안 넣고 담그죠.”

    “어떻게 담그는데요?”

    “그냥 포도를 따서 항아리에 넣어 땅속에 묻는 거예요.”

    “성공했어요?”

    “실패했어요. 1년 뒤에 꺼내보니까 썩었더라고요.”

    황미애가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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