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9일 (금)
전체메뉴

[가고파] 날지 못하는 새- 이현근 사회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7-06-09 07:00:00
  •   

  • 하루에도 수많은 생명이 죽어가지만 채 꽃봉오리를 피우지도 못하고 세상을 등진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는 가슴을 아프게 한다. 최근 현장실습에 나갔던 여고생이 고객의 폭언과 상품판매 실적에 대한 압박 등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하고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꿈을 안고 방송국에 입사한 한 신입 PD는 드라마 조연출을 맡아 열심히 일했지만 열악한 노동, 방송제작 환경에 절망해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5월 28일. 19살 김모군은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오작동 신고를 받고 혼자 점검에 나갔다가 전동차에 치여 숨졌다. 2인 1조로 점검에 나서야 하는 원칙이 있었지만 1시간 안에 정비하지 않으면 하청업체가 벌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나간 것이다. 김군의 가방에서는 작업 공구와 컵라면, 일회용 나무젓가락이 발견됐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컵라면을 먹을 시간도 없이 일한 비정규직 김군의 월급은 140만원. 그가 떠난 지 벌써 1주기가 됐다.

    ▼젊은이들의 잇단 죽음 이후 사회는 공분했고, 대책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현장실습이 값싼 노동력을 대신하는 수단으로 전락시켰다는 비난과 현장실습 제도에 대한 개선이 요구되는가 하면 방송제작환경 개선,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 등이 진척되고 있다. 이들 젊은이들의 희생이 있은 뒤에야 자그마한 진척이 모색되고 있지만 젊은이들이 맘껏 꿈을 펼치기에는 여전히 사회안전망은 엉성하고, 갈 길은 멀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20만명의 청년실업자들이 있다. 꿈을 실현시킬 곳이 없어 날아보기도 전에 날개가 꺾인 셈이다. 전 세계에는 타조나 에뮤, 화식조, 펭귄 등 날지 못하는 새가 40여 종이 있다. 날지 못하는 새는 천적이 없는 곳에 살면서 날아다니는 능력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신 날지 못하는 새들은 다리가 발달해 걷고 달리기를 잘하거나 청각, 후각 등을 발달시켜 각자의 삶을 이어간다. 창공을 맘껏 날아다니지는 못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또 다른 생존방법을 찾아 당당한 새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이현근 사회부 부장대우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현근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