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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석탄발전소의 꼼수(?)- 정오복(사천본부장·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7-06-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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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공식 선언하자 세계 각국들은 트럼프를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기후깡패’라는 극단적 표현을 동원하며 그의 무모한 행동을 비판했다. 심지어 ‘미래를 거부한 극소수 국가에 합류했다’는 자조 섞인 논평까지 나왔다고 한다.

    이쯤 되고 보니 촛불집회의 힘으로 대통령 탄핵을 이뤄낸 우리로선 우쭐함마저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랬다면 착각이다. 1년 전 우리나라에겐 ‘기후악당 국가’란 오명이 씌어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대한민국이 석탄발전소를 잇따라 건설함으로써 2030년이 되면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3위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국제 기후변화 연구기관의 컨소시엄인 CAT는 한국을 기후변화 대응에 무책임한 ‘기후악당 국가’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우리나라 발전설비는 물론 전기생산량이 충분하다’는 진단에도 대기업 이윤을 앞세워 석탄발전소 9기 신설을 추진했다. 총발전설비 용량이 110GW로, 굳이 석탄발전소를 추가로 짓지 않고도 가동하지 않거나 가동률이 낮은 발전시설을 적극 활용하면 충분하다는 주장을 도외시했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공정률 10% 미만 석탄화력의 원점 재검토’ 공약에 따라 우리지역에서는 고성하이 석탄화력발전소가 위기에 봉착했다. 하지만 순발력(?) 있게 대처하고 있는 것 같다.

    하이화력은 전국에서 민자 사업으로 진행 중인 9곳 중에서 가장 진척도가 높다고 주장한다. 놀라운 것은 지난 4월만 해도 공정률이 8%라 하더니, 5월 15일 14.5%, 5월 16일 15%, 5월 23일 21%로 수직상승했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환경단체나 고성화력발전소 사천시민대책위원회는 공정률 조작을 의심하고 있다.

    시행사인 고성그린파워(GGP)의 대외적 태도도 크게 달라졌다. 발전소 전용 우회도로 개설문제 협의에 냉랭하다 못해 고압적이기까지 했던 GGP 정석부 사장이 직접 사천시청을 방문, 송도근 시장과 긴급 간담회를 가졌다. 비공개로 진행해 자세한 사항은 알 수 없지만, 실무자급 협상을 결정권자 협상으로 격상시켰다는 후문도 있다. 또한 오는 17일 2차 간담회를 예고하는 등 속도를 한껏 내고 있어 “진작 이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옛 말에 눈 가리고 참새를 잡는다는 ‘엄목포작(掩目捕雀)’이란 말이 있다. 자기 눈을 가리면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참새도 마찬가지로 못 볼 것이라고 생각하는 아둔함을 꾸짖는 경구다. 얄팍한 속임수로는 남을 속이기는커녕 오히려 나 자신을 기만하는 행위가 될 뿐이다.

    정오복 (사천본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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