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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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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新팔도유람] 울진의 청정 바다

사랑해, 오래전 파도가 새긴 말

  • 기사입력 : 2017-06-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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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진군 죽변면 ‘하트 해변’은 파도의 자연 침식작용에 의해 형성된 하트 문양으로 젊은 연인들에게 데이트 명소로 불린다. 해변 꼭대기에 있는 ‘폭풍속으로’ 드라마 세트장도 둘러볼 만한 곳이다./울진군/


    머릿속에서 바다를 떠올려 보자. 새하얀 백사장에서 시작해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쪽빛 바닷물. 아무리 둘러보아도 눈을 가로막는 것이 없다. 옅게 묻어나온 물비린내는 오히려 기분 좋게 숨통을 트인다. 바닷바람을 맞아 이리저리 흔들리는 요트들이 도무지 우리나라에서는 볼 법하지 않다. 육지의 바람은 천연기념물인 금강소나무가 든든히 버티고 서서 상큼한 솔향을 덧입혀 준다. 경북의 북쪽 끝, 울진에는 당신이 꿈꾸던 그 바다가 지금도 푸른 너울을 일렁이며 천연의 모습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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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양정에서 바라본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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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변등대에서 하트 해변으로 이어진 바닷가의 물안개

    ◆송강 정철·겸재 정선이 감탄한 절경

    사실 울진은 관광지로 그리 알려진 곳은 아니다. 무엇보다 불편한 교통이 사람들의 발길을 막아 왔다. 울진은 경북 동해안 끝자락에서 강원도와 접해 있다. 그만큼 구석진 지역이며 변변한 고속도로 하나 없는, 경북 최대의 교통 오지 중 하나이다. 영주·봉화에서 넘어오는 국도 36번과 강원도 삼척이나 포항·영덕 방면에서 이어진 국도 7번이 울진의 유일한 교통로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불편함은 울진의 천연 생태계를 지키는 수문장 역할을 했다. 사람 손을 적게 탄 만큼 때가 덜 묻고 순수한 환경을 보전한 셈이다.

    비록 불편한 길이라도 울진을 향하는 차편 안에서는 늘 가슴이 두근거린다. 구불구불한 36번 국도를 타고 오는 길은 불영계곡을 지나며 산수화 속으로 풍덩 빠지기 마련이다. 동해안을 타고 이어진 7번 국도는 끊임없이 이어진 차창 밖 해안 풍경이 울진에 이르러 절정을 이룬다. 7번 국도를 이용한다면 일출 직후나 햇볕이 한창인 오후를 추천한다. 망양정 휴게소쯤에 이르러 햇볕에 물든 바닷물이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풍경은 도무지 입을 다물 수 없다.

    조선시대의 문호, 송강 정철(1536~1593) 역시 관동팔경을 유람하는 길에서 망양정을 마지막 안식처로 택했다. 정철은 그의 대표가사 ‘관동별곡’을 통해 “하늘 끝을 끝내 보지 못하고 망양정에 올라보니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득 성난 고래, 누가 놀라게 하였길래 물을 뿜거나 하며 어지럽게 구는가. 은산(은빛 산·파도를 뜻함)을 꺾어 내어 온 세상에 뿌리는 듯. 오월 긴 하늘에 흰 눈은 무슨 일일까”라고 감탄사를 토해냈다.

    ‘바다를 바라보는 정자’라는 뜻의 망양정은 울진군 근남면 망양정해수욕장 인근에 있다. 고려시대 처음 지어져서 한 차례 허물어진 후 조선시대에 서너 차례 고쳐 지어졌다. 매월당 김시습은 망양정을 두고 “십리에 모래 평평한데 큰 바다를 바라보니. 바다와 강은 멀고 넓은데 달빛이 창창하다. 봉래산이 그야말로 속세와 떨어졌으니. 사람은 명아주 한 잎 가에 떠있구나”라고 노래했다. 겸재 정선이 그린 ‘관동팔경’화첩 중 ‘망양정도’는 바로 이 망양정을 그린 그림이다. 숙종은 정선의 그림을 보고 감탄해 ‘관동제일루’란 현판을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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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성망양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붉은대게 광장.

    ◆드라마처럼 사랑이 샘솟는 해변

    망양정해수욕장 외에도 울진에는 태백산 줄기를 따라 7개의 해수욕장이 완만한 해안선을 따라 늘어져 있다. 어느 해수욕장이든 눈부신 백사장과 동해안 특유의 깊고 너른 파도가 장관이다. 해수욕과 함께 시골 항구가 주는 향취, 금강송으로 어우러진 경치는 ‘빼어나다’는 수식어가 모자랄 정도다.

    먼저 기성망양해수욕장은 하늘을 향해 시원스럽게 뻗은 소나무와 4㎞에 가까운 백사장이 특징이다. 구산해수욕장은 모래와 물이 깨끗하기로 울진에서도 소문난 곳이다. 인근에 또 다른 관동팔경의 하나인 월송정이 자리잡고 있다. 나곡해수욕장은 아름다운 바위 군락이 펼쳐져 남다른 정취를 선사한다. 20분 거리에 우리나라 유일의 천연용출 온천인 덕구온천이 있어 해수욕과 온천욕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묘미가 있다. 후정해수욕장과 봉평해수욕장은 두 곳 모두 규사 성분의 백사장이 250m가량 뻗어 있어 부드러운 모래가 발가락 사이를 간질인다. 인근의 죽변항에서 즐기는 싱싱한 해산물은 덤이다. 울진의 가장 남쪽에 있는 후포해수욕장은 울진 최대 어항인 후포항이 바로 곁에 있어 온 가족이 즐기는 식도락 여행지로 안성맞춤이다.

    울진의 이국적 해변은 여러 드라마의 배경으로 쓰이기도 했다. 마치 하트 표시를 엎어놓은 듯한 죽변면의 ‘하트 해변’과 북면의 나곡해수욕장 등은 각각 ‘폭풍속으로’와 ‘함부로 애틋하게’란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하다. 현재 이곳에는 세트장이 그대로 남아 있어 마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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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아컵 국제요트대회가 열리는 울진 해안.

    ◆스쿠버·요트까지 해양레포츠 백화점

    평범한 해수욕이 질린다면 스킨스쿠버와 요트, 윈드서핑 등 다양한 해양 레포츠도 가득하다. 물이 깊고 파도가 일정한 울진은 매년 코리아컵 국제요트대회와 윈드서핑 전국대회가 열리는 해양 레포츠의 보고다. 비싼 장비를 마련할 필요없이 울진에만 오면 해양레포츠센터나 요트 학교 등을 통해 일반인들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울진해양레포츠센터는 국내 최대의 스쿠버 풀을 갖추고 있어 200여명의 인원이 동시에 이용 가능한 체험관광시설 및 교육훈련장이다. 초급부터 고급과정으로 스킨스쿠버교육, 수상인명구조, 수중촬영 등의 교육이 이뤄진다. 소정의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현장에서 면허증도 발급된다. 후포면 앞바다에 있는 요트 학교는 크루저, 윈드서핑, 딩기요트, 래프팅 스노클링 등의 해양 레포츠 훈련 패키지를 제공한다. 두 곳 모두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하면 더욱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한편, 오는 7월 29일부터 8월 6일까지는 망양정해수욕장 인근 왕피천 수변공간에서 ‘울진 워터피아 페스타’도 열린다. 뮤직페스티벌과 수상디스코팡팡, 슬라이드, 에어바운스 수영장 등 가족 중심의 놀이시설이 마련될 예정이다. 요트, 카누, 카약, 스킨스쿠버 등 다양한 해양 레포츠도 진행된다. 야간에는 망양정해수욕장을 무대로 7080가요무대, 현대무용과 발레, 비보이, 록댄스 등 다양한 해변댄스파티가 열리고, 은어잡기·투망체험 등도 즐길 수 있다. 매일신문= 신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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