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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내 삶의 축복- 유정민(이프네이처 대표)

  • 기사입력 : 2017-06-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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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삶을 바꾼 단 하루를 떠올리라고 한다면 지난 2006년 9월 22일이다.

    퇴근 후 직장 선배들과 소주 한잔을 했다. 남들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웠다. 간이 안 좋았기에 의사선생님은 당신이 술을 마시는 것은 불난 집에 휘발유를 붓는 격이라며 죽으려면 마시라고 혹독한 말씀을 하셨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술과 담배를 했다. 그날 소주 세 잔째를 마시려고 하는데 내 몸이 살려달라고 했고, 이러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다음날 9월 23일 가까운 개인병원에 가서 간기능 검사를 받았는데 심각한 상태였고, 9월 25일부터 병원에 열흘 이상 입원하게 됐다. 그날을 계기로 술, 담배를 안 한 지 11년이 다 돼 간다.

    당시에는 과연 내가 술과 담배를 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할 정도로 내 삶의 일부분이었다. 하지만 건강 악화로 가족들에게 폐를 끼칠 수는 없었기에 이를 악물고 술, 담배를 참아내었다. 그때 만일 술과 담배를 끊지 못하고 계속했더라면 아마도 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11년의 시간 동안 가끔은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곤 했다. 지인들의 비웃음을 듣기도 하였고 술과 담배를 끊지 못한 자신을 탓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그 모든 것은 꿈 속에서 이뤄진 일이었다.

    술과 담배를 하던 그 시절에는 산에 가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들끼리 모여서 살아가는 얘기도 나누며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누며 그렇게 사는 거지 왜 외롭게 산에 갈까? 내가 돈이 많다면 저분들과 함께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며 즐겁게 시간을 함께할 텐데 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술과 담배 없이 살아갈 방도를 찾던 중에 사귀게 된 곳이 동네 뒷산이다. 시간과 경제적인 제약 없이 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어머니 품속 같고, 오래된 친구 같고, 애인 같고 때로는 삶의 큰 스승으로 어느덧 11여 년 내 삶의 일부가 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내 삶의 최악이 될 수 있었던 그날은 새로운 삶의 희망이 됐다.

    유정민 (이프네이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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