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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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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6) 위천역리(違天逆理) - 하늘에 어긋나고 이치를 거스른다

  • 기사입력 : 2017-05-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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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다 따라하는 예법이나 관습 가운데도 자연적인 도리에 어긋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중국의 오랜 풍습 가운데 전족 (纏足)이란 것이 있다. 당나라와 송나라 사이에 있었던 후당(後唐) 때 생겨났다 한다. 여인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혹은 여인들의 성적 매력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생겨났다고 한다.

    여자 아이가 태어나 대여섯 살이 되면, 올이 촘촘한 명주 등으로 발을 동여매어 발이 자라지 못하게 한다. 그렇게 10년 정도 하면 어른이 되어도 10㎝ 남짓 정도밖에 자라지 못한다. 뼈가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하게 하므로 심한 고통이 따른다.

    전족이 완성되고 나면 정상적으로 걸음을 걸을 수도 없고, 힘든 노동은 물론 할 수가 없다. 사람을 인위적으로 장애인으로 만드는 일인데, 전족을 하지 않으면 천한 여인으로 간주됐으므로, 지체 있는 집안의 여인들은 거의 모두 전족을 하는 것을 당연시했다.

    평민 출신에서 황제가 된 명(明)나라 시조 주원장(朱元璋)의 황후인 마씨(馬氏)는 한미한 가정 출신이라 전족을 못했다. 발이 큰 것을 수치로 생각해 애써 발을 감췄다. 그러나 가끔 발을 감추지 못할 때도 있었다. ‘본색이 드러났다’는 뜻으로 ‘마각(馬脚 : 마씨의 발)이 드러났다’라고 말하는데, 마황후의 발의 본래 모습이 드러났다는 뜻이라는 설이 있다.

    만주족(滿洲族)은 전족을 안 하기 때문에, 1644년 북경(北京)에 들어온 청나라 조정에서는 한족의 전족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전족은 계속 없어지지 않았다.

    1912년 중화민국이 성립된 때에도 다시 한 번 전족을 금지시켰다. 그래도 없어지지 않았다. 1949년 모택동(毛澤東)이 집권한 뒤 다시 강력하게 전족을 금지시켜 완전히 없어졌다.

    1994년 필자가 북경에 살 때까지도 공원에서 나이 많은 할머니들이 전족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신체적 고통과 장애를 초래하는 관습이 어떻게 1000년 이상 지속돼 왔을까? 관습이라는 것이 무서운 것이다.

    조선시대 같은 경우 모두가 주자학(朱子學)을 연구하는 분위기인데, 혼자 주자학을 벗어나면 견디지 못한다. 벼슬을 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친구도 사귈 수 없고, 자녀들 혼인도 시킬 수 없다.

    지금 우리들이 과거의 이런 예법이나 관습이라는 이름의 집단독재를 비웃지마는, 지금도 언론이나 정당, 시민단체 등에서 집단독재를 하고 있다.

    동성동본 혼인을 반대하거나 동성애를 비판하면 바로 가차없이 비판하는 글이 날아온다. 자기의 주장을 자유롭게 하기를 바라면 남의 주장도 들어줄 의무가 있다. 자기 주장만 옳고 남의 주장은 전부 틀렸다는 사고를 가진 사람이 힘을 가지고 설치면, 진정한 민주주의는 아직 멀었다.

    자연스러운 도리인 천리(天理)에 어긋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違 : 어긋날 위. * 天 : 하늘 천. * 逆 : 거스를 역. * 理 : 이치 리.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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