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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공시촌서 청춘을 불사르는(?) 젊은이들- 정기홍(거제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7-05-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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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광주에서 열린 제37주년 민주화운동 기념식장. 문재인 대통령은 유족을 대표해 추모사를 읽은 김소형 (37)씨를 걸어나가 안아주었다. 5·18 때 희생된 아버지를 보지도 못한 채 자란 소형씨도, 대통령도, 국민도 모두 울었다. TV로 시청했던 당시의 장면을 떠올리면 지금도 코끝이 시큰해진다.

    우리는 그날 대통령의 진심을 보았다. 절창(絶唱)도, 청산유수(靑山流水)도 진심이 녹은 눈물을 넘을 수는 없다.

    수십년 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먼 이국땅 독일에서 광부로 일하는 동포들을 찾아 눈물을 흘린 한 장의 사진이 역사로 남은 것처럼, 그날 문 대통령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설사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기록으로 남으니 다행한 일이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어서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당선 이후의 행보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어 박수를 받고 있다. 이는 수치로도 잘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의 향후 직무수행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대다수가 잘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주에 전국의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앞으로 5년 동안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 전망을 물은 결과 무려 88%가 ‘잘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응답했다. 민주당 지지층의 경우 99%가 ‘잘할 것’이라고 답했고, 정의당·국민의당·바른정당의 지지층에서도 각각 94%, 84%, 79%로 나타났다. 심지어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 ‘잘할 것’(57%)이란 응답이 ‘잘못할 것’(27%)보다 크게 앞선 결과가 눈에 띈다. 어느 정권보다 높은 수치다.

    초반의 행보가 거침이 없고,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러나 집권 초반에는 모든 정권이 지지율을 후하게 받아왔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통 그리고 자신의 잘못된 행위에 대한 전면 부인이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상대적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재인’ 하면 휴머니스트, 소탈, 강인, 투명, 경청 등이 떠오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금 너무 서둔다’는 지적과 함께 ‘대선 때의 공약 가운데 일부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초반 기선 제압도 중요하지만 거침없을 때 신중함이 더욱 요구된다.

    문재인 정부가 올 하반기에 공무원 1만2000명을 추가로 뽑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공약 전 철저한 조사·분석 과정은 거쳤는지. 20만명 정도로 추정되는 전국의 일명 ‘공시생’ ‘공시족’(공무원 시험 준비생)으로 불리는 젊은이들이 이 발표를 크게 환영하는 가운데 지난 23일 연세대학교에서는 대학생 구직자에게 취업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청년채용박람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이날 박람회에서 눈길을 끈 것은 방문자의 10%가량이 특성화고의 고교생이라는 점이다. 특성화고는 대학 진학보다 취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문 직업인이 되기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다. 최근엔 스타트업 문을 두드리는 특성화고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공무원 증원 발표 이후 공시생이 늘어나고 있고, 덩달아 공시생으로 전환하는 특성화고 학생들이 증가할 우려가 높다.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공시촌의 2~4평 공간에 틀어박혀 청춘을 보내는 것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비정상적인 현상이다. 공시촌에서 청춘을 불사르는(?) 젊은이들이 계속 늘어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정기홍 (거제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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