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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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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획] 그때 그 시절로… 유통 속 복고 바람

창원시 용지동 롤러스케이트장 ‘롤스’ 1994…1988…1979 달리다
시간을 2017…2016…2015 거꾸로 돌리고

  • 기사입력 : 2017-05-2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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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행을 ‘돌고 돈다’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있을까? tvN의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이후 제대로 물꼬를 튼 복고 열풍이 유통 전반에 자리 잡고 있다. 각박한 현실에 치인 사람들이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이용한 복고 마케팅이 불고 있는 것.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옛것을 새로이 불러들이는 경우도 있고, 사라진 것을 되살리기도 하고, 또는 언제든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그 자리를 묵묵하게 지키고 있던 것에 다시금 주목하기도 한다.
     
    과거의 모습은 지금 힘든 시절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며, 그 시절을 공유했던 이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옛 감성을 떠올려 볼 수 있는 시간이 되면서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어떤 모습으로 우리 옆에 나타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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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용지동 롤러스케이트장 ‘롤스’


    ◆실내 롤라장의 귀환

    땡땡이 원피스, 남방을 허리에 질끈 묶은 사람이 흰색 스케이트를 신고 달린다. 한쪽 벽면에선 옛 외국 롤러스케이트장 영상이 이어져 나오고 있으며 런던보이즈 노래에 맞춰 색색의 조명이 바닥을 돌아가며 비추고 있다. 한쪽에는 ‘로-라 점빵’ 이름을 단 스낵 코너가 마련돼 있다. 지난 4월 29일 문을 연 창원시 용지동 실내 롤러스케이트장 ‘롤스’의 모습이다. 80~90년대를 풍미했던 실내 롤러스케이트장, 일명 ‘롤라장’이 부활했다. 1년 사이 인천과 대구, 울산, 대전, 서울 등지에 잇달아 롤러스케이트장이 생겨났고, 경남·부산 일대에서는 이곳이 처음이다. 현재 가오픈 상태로 손님들을 맞고 있다.

    서덕화(35), 우주진(32)씨는 롤라장 다니던 때를 기억하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고, 운동할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어 기획했다고 했다.

    서덕화 씨는 “성안백화점(현 신세계 마산점) 옆에 있던 대한롤라장, 신포동에 있던 삼익롤라장에 가서 손을 잡거나 기차놀이를 하면서 탔던 기억이 있어 향수를 가진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했다”며 “뛰어놀 곳이 적은 요즘 옛 시절을 떠올리는 부모님과 운동 부족인 아이들이 함께 와서 추억을 쌓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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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러스케이트를 즐기러 온 이들은 과거를 떠올리며 추억을 전달하거나 공유하면서 달렸다.

    유영욱(41·창원시 마산회원구 구암동) 씨는 “운동을 하려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타보고 30년간 타지 못했던 롤러스케이트가 생각나던 참이어서 대전에도 타러 가봤는데 창원에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개업날 바로 달려왔다”며 “처음엔 롤러스케이트가 싫다며 힐리스만 타겠다고 했던 열두살 짜리 아들도 한 번 와 보더니 네 시간을 꼬박 타면서 너무 좋아해 개인 롤러스케이트를 구입해 베어링을 오래 쓸 수 있는 것으로 갈아끼워 주는 중이다. 주말에는 늘 같이 올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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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 지세포 농장 ‘바테’서 열린 레트로 팝업쇼


    ◆자연과 어울리는 레트로·빈티지 팝업숍

    21일 오후 4시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에 있는 농장 ‘바테(VATTE)’에서는 레트로·빈티지 팝업숍이 열렸다. 1970년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 개인 농장으로 운영해오던 ‘길농장’ 일부에 작은 오두막을 6동 지어 사람들에게 쉼을 줄 수 있는 곳으로 꾸며 가오픈하면서다. 모두 ‘밭에 가자’는 의미로 ‘바테’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자연에 어울리는 라피아햇과 피크닉 매트, 도시락을 들고와 자연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거즈면의 잠옷을 판매하는 ‘달15’, 원목 소품과 가구를 판매하는 ‘장스 목공방’, 병우유를 판매하는 ‘초량’ 등도 새것보다는 옛것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빈티지한 느낌의 소품, 패션도 눈에 띄었다.

    빈티지 단추들을 모아 붙인 모자를 쓰고, 빈티지 스카프로 가방의 어깨끈을 만들어 맨 이혜미(35·서울시) 씨는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데 팝업스토어 준비로 부산에 왔다가 이런 행사가 열린다고 해서 해운대에서 거제까지 일부러 찾아왔다”며 “똑같은 패스트 패션에 질려 자기만의 것을 찾고 싶은 이들이 빈티지를 찾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반적으로 복고 감성을 느끼고 싶어하는 분들이 느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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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테는 가오픈 이후 정비를 거쳐 소풍을 원하는 이들에 오두막과 필요 장비를 대여할 예정이다. 자연과 어울리는 것들은 시간의 흐름을 간직한 것들이어서 소품들도 대부분 빈티지·레트로풍으로 채웠다고 밝혔다.

    바테를 운영하는 박혜란(39) 이사장은 “아버지께서 평생을 손수 가꾸시면서 변천사가 한 권의 앨범으로 남아있는 소중한 곳인데, 주차장이 딸린 캠핑장 등으로 개발하고 싶지 않았다”며 “거제가 관광도시지만 인공미 없이 자연 그대로의 공간이 잘 없어 이 공간이 더욱 이색적일 수 있는 것 같아 자연과 어울릴 수 있는 빈티지 오두막 6동만 지었는데, 각박한 일상을 다 내려놓고 쉼과 위안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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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창동예술촌 칵테일바 ‘해거름’


    ◆그 시절 음악에 기대다

    아날로그를 떠올리는 이들이 늘어나 LP판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1979년에 문을 열고 38년간 한자리를 지킨 칵테일바에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예술촌에 있는 ‘해거름’에는 한쪽 벽면을 빼곡히 채운 LP판이 손님을 맞는다. 그 앞에 노란 불이 들어오는 바에 앉으면 고굉무(54) 사장이 작은 초를 켜주고, 반기면서 이야기를 건넨다. 음악과 지역 전반에 대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도 손님들을 이곳으로 이끄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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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듣고 싶은 음악을 쪽지에 적어내면 신청곡을 틀어주고, 듣고 싶은 LP판이 있어 가져가면 전곡을 틀어주기도 한다.

    이미 수십년간 이곳을 찾는 단골 손님들도 있지만, LP 발매가 늘어나고 옛 모습을 간직한 바가 줄어들자 창원뿐 아니라 서울, 부산 등지에서도 찾아오는 이들이 늘고 있다.

    문희성(30) 씨는 “LP판이 아름답기도 하고, 특유의 음이 있는 LP로 곡을 듣고 싶은 마음에 LP를 샀다가 틀 곳이 마땅치 않아 찾아왔는데 빽빽이 꽂힌 오래된 LP, 아담한 바의 모습에 편안함을 느꼈다”며 “퇴근 후 종종 찾아와 가볍게 음악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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