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단순함의 승리- 이준희 문화체육부 부장
- 기사입력 : 2017-05-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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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연의 제34편에 적로마(的盧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형주의 유포에게 몸을 의탁한 유비가 장무(長武)를 정벌할 때 조운이 장무를 죽이고 그 준마를 빼앗아 유비에게 바쳤는데 이 말이 바로 ‘적로마’다. 유비는 이 말을 자신의 애마로 삼았는데 하루는 유비가 자신을 죽이려는 무리에 쫓겨 도망칠 때, 이 말이 깊고 넓은 강물을 단숨에 헤엄쳐 건너 추격자들을 따돌려 살 수 있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말은 헤엄을 잘 치는 동물 중 하나이다. 물론 개나 소도 물 속에서 헤엄을 잘 치지만 속도 면에서 말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홍수나 장마로 인해 물살이 거세진다면 상황은 달라져, 헤엄을 잘 치는 말보다는 소가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말은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려고 발버둥치다 결국 지쳐서 죽고, 거센 물살에 몸을 맡긴 소는 떠내려가다 마침내 얕은 곳에 닿게 됐을 때 빠져나와 목숨을 건진다고 한다. 이런 의미로 우생마사(牛生馬死)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지금 기업의 경영환경은 과연 급류일까? 아니면 잔잔한 강물일까? 예측해 보건데 지금은 우리 모두가 거센 물결이 이는 강물 속에 있는 듯하다. 대우조선·STX조선해양 등 조선업의 불황 사태를 보며 지금은 우직한 소처럼 단순한 기업경영이 필요할 듯하다.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지정석이 따로 없다.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다. 기내식은 물론 공항 라운지도 없다. 아주 단순하게 목적지까지 비행기로 태워줄 뿐이다. 그런데도 고객만족도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38년 동안 단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사람을 여기서 저기로 옮겨주는’ 비행기 본연의 기능에만 충실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어찌 보면 ‘단순함’의 승리라고 말할 수 있다. 수영에 능숙한 말처럼 복잡하게 모든 기업 환경을 경영하다 보면 조직도 복잡해지고, 효율과 환경 적응력에서 뒤떨어진다. 그보다는 소처럼 환경 변화에 순응하다가 자신만의 기회를 발견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거센 물살 속에서 헤엄을 잘 치는 말보다는 묵묵하게 대응하는 소가 살아남는다는 우생마사(牛生馬死)처럼….이준희 문화체육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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