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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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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092) 제19화 대통령선거 22

“나도 그 생각 했어요”

  • 기사입력 : 2017-05-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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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숙은 베이지색 계열의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었다.

    “아니야. 아직도 5분이나 시간이 남아 있어.”

    임준생이 손을 내밀며 환하게 웃었다. 서경숙은 임준생의 손을 잡고 흔든 뒤에 팔짱을 끼었다.

    “날씨 어때?”

    임준생이 기분 좋은 표정으로 물었다.

    “따뜻해요. 바람도 부드럽고요.”

    “그럼 덕수궁길을 좀 걸을까? 봄이라 좋을 거야.”

    서경숙은 임준생과 덕수궁 담장길을 걷기 시작했다. 덕수궁 뒤로 걸으면 정동길로 연결되어 호젓하고 아름답다.

    “대통령선거 때문에 바쁘지?”

    임준생은 나이가 있어서 자상하다.

    “괜찮아요. 바라는 게 없으니까 크게 힘들지 않아요.”

    임준생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건강해 보였다.

    “진영철이는 어떻게 된 거야?”

    “삼일그룹도 세대교체가 필요하게 된 거예요.”

    “경숙씨가 애를 썼나?”

    “조금 힘을 보탰을 뿐이에요.”

    “역시 실력이 좋군.”

    임준생이 기분 좋게 웃었다. 이미 그는 서경숙이 상당한 공작을 한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담장길을 한참 걷자 인적이 끊어졌다. 상점도 주택가도 없기 때문에 골목이 조용한 것이다. 임준생이 걸음을 멈췄다. 서경숙은 임준생을 쳐다보았다. 임준생이 그녀를 포옹하고 입술을 포개 왔다.

    ‘아아 기분 좋다.’

    서경숙은 임준생에게 바짝 안겼다. 그가 입술을 포갰을 뿐인데도 전신이 뜨거워지면서 몸이 떨렸다. 서경숙은 임준생에게 몸을 바짝 밀착시켰다. 살과 살이 밀착되자 호흡이 거칠어졌다.

    덕수궁 골목길은 인적이 없다. 서경숙은 임준생에게 안긴 채 그의 바지 앞섶을 애무했다.

    “음.”

    임준생이 신음을 삼켰다. 그때 차의 헤드라이트가 멀리서 비쳐왔다. 서경숙은 재빨리 임준생에게서 떨어졌다. 임준생도 멋쩍은 표정이었다.

    “다음엔 차로 교외로 나가야 할 것 같아.”

    임준생이 서경숙의 허리를 안고 걸음을 떼어놓았다.

    “나도 그 생각 했어요.”

    서경숙이 임준생을 마주보고 웃었다. 정동극장 근처에 조용한 호프집이 있었다. 외국인들까지 몇 명 있는 것으로 보아 꽤나 유명한 집 같았다. 자리에 앉아 소시지와 독일 맥주를 주문했다.

    호프집에는 제목을 알 수 없는 팝송이 잔잔하게 흐르고 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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