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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마누트 볼(Manute Bol)- 이현근 사회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7-05-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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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을 살아 가는 방식은 다양하다. 어떤 이는 자신의 안위만을 추구하다가, 어떤 이는 타인에 대한 희생과 배려로 한평생을 살기도 한다. 최근 아프리카 북동부에 있는 나라인 수단 출신으로 미국 프로농구 NBA에서 활약했던 231㎝의 장신 농구 선수 마누트 볼에 대한 재조명이 일고 있다. 미국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돈을 내전으로 궁핍한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아낌없이 쏟아 부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병원비도 없이 판자촌에서 연명하다 숨을 거뒀기 때문이다.

    ▼마누트 볼은 1962년 수단에서 태어나 내전을 겪으며 성장했고, 18세 때 한 미국인의 눈에 띄어 미국으로 건너가 23살 때인 1985년 워싱턴 불리츠에 입단했다. 그는 1994년 마이애미 팀에서 은퇴할 때까지 10년간 큰 키를 이용해 NBA를 휩쓸었다. 막대한 부도 축적했지만 은퇴 후 그가 선택한 삶은 조국의 동포였다. 수십 년간 내전으로 힘겹게 사는 동포들을 위해 가진 돈을 모두 내놓고, 복싱, 승마 등 각종 이벤트 경기에서 자신의 거대한 몸을 구경거리로 내놓고 모금활동을 벌였다.

    ▼마누트 볼의 조국, 수단은 이집트, 터키, 영국의 식민지를 거쳐 1956년 독립했다. 하지만 지역적 갈등, 종교적 갈등을 겪으면서 반군과 정부군 간 오랜 내전으로 230만명이 숨지고 70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결국 유엔의 개입으로 내전이 종식됐지만 지난 2011년 남부지역만 분리 독립해 우리나라처럼 분단국가로 남아 있다.

    ▼마누트 볼은 지병이었던 신장 문제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다가 지난 2010년 47세의 짧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다. 그는 생전에 “과거로 돌아간다 해도 힘겹게 살아가는 동포를 위해 제 돈을 쓸 겁니다”라며 후회 없는 삶이었다고 언급했다. 최근 그를 쏙 빼닮은 아들 볼 볼이 미국 프로농구 입단을 앞두고 있다. 그는 “저도 프로농구선수가 돼 돈을 벌면 아버지처럼 조국을 도울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부전자전이다. 이타적인 삶을 산 마누트 볼의 이름 뜻은 ‘특별한 축복’이다.

    이현근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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