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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군(軍)은 군다워야 한다- 전강준(부국장대우 사회2부장)

  • 기사입력 : 2017-05-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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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숟가락 구부리기로 유명한 이스라엘 출신의 초능력자 유리 겔러가 한국을 찾았을 때가 1980년대 초반이었다. 유리 겔러가 떠나갈 무렵, 정부에서 한국 지도를 펴놓은 채 북한이 땅굴을 어디에 파는지 찍어봐라고 한 모양이다. 당시 경기도 지역에 3개의 땅굴이 발견됐고, 탈북자(주로 군인)의 증언이 새로운 땅굴이 있다는 얘기가 나올 무렵이었다.

    유리 겔라가 찍은 곳은 강원도 양구였다고 한다.

    각종 전술 훈련만 받던 당시 영문도 모른 채 비무장지대(DMZ)에 투입됐다. 민간업체가 비무장지대에 시공을 하기 위해서는 수㎞에 걸친 원형 철조망을 쳐야 했고, 비무장지대에 들어갈 수 있는 우리 부대가 선택돼 작업에 들어갔다.

    매일 저녁, 내일 투입될 작업조를 짜는데 작업조는 4개 조였다. 지뢰개척조, 정글도조(정글칼로 나무 제거), 철조망 작업조, 경계조, 당직조였다. 매일 돌아가면서 조는 바뀌었다. 당시 한 부대원이 “어제 꿈이 너무 안 좋다”며 지뢰개척조를 바꿔달라고 했다. 하필이면 ‘왕발’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당직조인 한 부대원이 대신 투입됐다. 발이 남보다도 한 배 반 정도 커 이렇게 불렀는데 지뢰 밟을 확률이 높아 그와 같이 또 들어간다는 것에 부대원들의 원성이 나오기도 했다. 전역 후 한참 뒤에 발견된 곳이 양구의 제4 땅굴이었다.

    하면 하고, 쉬면 쉬고, 극히 드물지만 이런 경우(꿈자리 사납다)는 부대원의 안전을 위해 그렇게 바꿔주기도 하면서 군조직이 돌아갔다.

    때는 최근. 어느 한 부대장. 6·25 때 매설된 지뢰를 제거하려 하는데 부모들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동의서를 보냈다. 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장병은 제외된다고 한다. 작업상 위험성을 고려해 취해진 조치였다지만 가뜩이나 군 생활의 느슨함이 지적을 받아 왔던 터라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앞선다.

    이와 더불어 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판결이 최근 무죄로 나오고 있다. 물론 병역기피와 관련해 대체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것 역시 고개를 꺄우뚱하게 한다.

    최근 본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다룬 영화. 배경은 2차 세계대전 때였고, 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전투 참가를 거부한다. 사람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거의 감옥 등 대가를 치러야 하지만 그는 사람을 죽일 수 없지만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전투에 참가한 그는 부상당한 수십명의 병사를 위험지역에서 구해내는 활약을 한다. 우리처럼 아예 종교적 신념으로 병역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빗발치는 전투에서 한 명이라도 더 구해보자는 것. ‘죽자가 아니라 살자’에 주안점을 둔 것이다. 영화는 실화를 소재로 했다.

    탈북자가 전방 GP를 두드리며 “계십니까” 할 정도로 태평인 군인, 부모에게 위험작업 동의서를 구하는 부대장,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종교적 신념을 존중하는 법. 가끔 한 달 생명수당 4000여원을 받고 생활했던 것이 미친놈같이 느껴진다. 최근 TV 오락 프로그램에서 “부러우면 지는 것이다”라는 말이 유행하는데, 날마다 운명을 걸고 지뢰밭을 누비던 것이 “미친 놈이었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군은 군다워야 한다. 국가가 우리를 패하게 했다는 생각이 들면 국가의 신뢰가 패한 것이다.

    전강준 (부국장대우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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