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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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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126) 산청 (15) 시천면 중산리 계곡 ~ 방장산 정각사

용소·효자·음양수… 발길 닿는 곳마다 이야기가 있네
중산용소 ‘자연석굴’ 용 살았다는 전설 전해져

  • 기사입력 : 2017-05-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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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천강을 따라 걸으면 만나게 되는 방장산 정각사 전경.


    5월은 계절의 여왕이다. 가정의 달이다. 5월에는 줄잡아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까지 여러 가지 기념일이 줄지어 있다. 육아정책연구소에서 설문조사를 했는데 한국인의 좋은 부모의 조건 1순위는 ‘경제력’이라고 한다. 정신적 가치보다 물질적 가치가 우선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부모, 자식, 제자 노릇하기가 쉽지 않은 시대이다. 5월은 어버이날에 이어 스승의 날이 있다. 청탁금지법의 해석에 따르면 스승의 날 선물이 어린이집 교사는 되고 유치원 교사는 안 된다고 한다. 학생들이 담임에게 주는 카네이션도 학생대표는 되고, 개인은 안 된다.

    선물을 주는 것도 전년도 담임은 되고, 현재 담임은 안 된다. 제자를 범법자로 만드는 참 희한하고 고약한 법이다. 청탁금지법을 만든 입법취지를 애써 이해하려고 했지만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다. 국가가 지정해 놓은 스승의 날에 교사의 가슴에 제자가 카네이션 한 송이 달아주지 못하는 것은 옳은 것이 아니다. 학교는 아름다운 정과 진솔한 사랑이 넘치는 행복한 곳이어야 교육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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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자 김용택 정려

    중산리 김용택 정려·산청양수발전소

    아름다운 봄날은 어디로 발길을 옮겨도 꽃향기 그윽한 천상의 화원이다. 우리나라를 금수강산이라 한다. 코스모스가 피었던 곳에 노란 금계화가 봄바람에 물결처럼 일렁인다. 덕천강을 따라 지리산 중산리로 향했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농사일이 분주한 중산리 유종훈(64) 이장을 만났다. 여름날 밭에서 일하다 잠시 바위에 쉬고 있으면 천왕봉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천연 반석 위로 흐르는데 옥 구르는 소리라고 했다. 중산리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가 바위에 부딪쳐 물보라를 이루고 깊은 소를 이룬 곳이 있다.

    그중에 깊은 곳이 중산용소이다. 내 눈에는 그곳이 그곳인 듯했다. 더 이야기를 들어보면 태고적에 용이 살았다 등천했는데 큰 가뭄이 들면 경상감사나 진주목사가 기우제를 올렸다. 용소에 자연석굴이 있는데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다. 통인소가 있었는데 감사 일행이 기우제를 지내고 가다 탁해진 물속에 통인이 빠져 죽어 이름을 붙였다는 이야기도 해줬다.

    마을에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지극한 효자의 정려가 있다며 안내했다. 중산리에서 조금 내려오면 팔작지붕의 전각에 ‘효자학생경주김공휘용택지비’라고 한자로 쓴 정려가 있다. 김공은 가난해서 배우지 못했으나 천성이 효성스러웠다. 13세 때 일이다. 아버지가 병환으로 꿩고기를 먹고 싶다 해서 여러 곳을 헤매는데 매에 쫓긴 꿩이 다리 사이로 들어와 잡았다고 한다. 또 물고기를 원해서 통발을 징검다리 사이에 놓으니 물고기 30마리가 들어왔다.

    마을사람들이 하늘이 감동함이라 칭찬을 했고 부모의 임종을 앞두고 손가락을 잘라 피를 입에 넣어드리니 며칠을 더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상제와 장례를 엄숙하게 치르고 9년을 하루같이 성묘를 했다고 한다. 현대의 가치로는 따르거나 이해하기 어렵지만 아름다운 우리의 옛 문화라서 발걸음을 잠시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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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청양수발전소 홍보관

    산청양수발전소로 가는 길에 옛날부터 단골 ‘산꾼의 집’ 식당에서 산채비빔밥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나니 봄날의 해는 지리산으로 기울고 있었다. 산청양수발전소는 국내의 7개 양수발전소 중에서 가장 큰 용량의 발전기가 있다. 홍보관에는 양수발전의 원리와 다양한 사진들이 전시돼 있었다. 양수발전의 원리는 전력수요가 적은 심야의 저렴한 전력을 이용해 하부댐의 물을 상부댐에 저장했다가 전력수요가 증가할 때 상부댐의 물을 하부댐으로 낙하시켜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즉 심야 전력수요가 적을 때의 남는 전력을 이용해 하부댐의 물을 상부댐에 담아 저장해 놓는다. 전력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시간대에 전력을 생산한다. 전체적인 발전 향상과 경제적인 전력계통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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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림계곡

    내대리 거림계곡·방장산 정각사

    산청양수발전소가 있는 시천면 곡점 삼거리에서 하부댐 터널을 지나면 댐 뒤편으로 지리산이 병풍처럼 있는 이국적인 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내대마을이다. 속칭 거림으로 큰 나무가 많은 곳이다. 일제 강점기 때부터 거림에는 산판이 성행했다. 옛날에는 곡점에서 산판을 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도로를 따라 20여 리를 걸어야 하는 오지 중의 오지였다. 산청양수발전소가 건설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었고 내대골 체험마을도 만들어졌다. 지리산의 맑은 자연과 아름다운 계곡이 주는 천혜의 자연 특산물을 활용한다. 세석고원으로 오르는 가장 빠른 등산길은 거림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거림골 등산로이다. 거림계곡은 지리산 10경 중 네 번째인 철쭉으로 유명한 세석평전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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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림계곡 털보산장

    거림계곡은 본류만도 60여 리에 이른다. 거림골은 철쭉이 꽃을 피우는 계절이면 등산객들의 발걸음이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가 묻힐 정도로 많다. 옛날 지리산 세석평전 가는 길에 숙박을 했던 털보산장이 보였다. 매우 반가웠다. 세석평전 산행의 전진기지 역할을 했다. 옛날에는 시외버스를 타고 와서 곡점에서 내려 이십 리를 걸어와 하룻밤을 자고 새벽 산행을 나섰던 추억이 있다. 주인 이갑임(54)씨가 나를 알아보고 반겨 줬다. 달작지근한 고로쇠 물을 마시며 옛 추억을 잠시 회상했다. 털보산장 주인 부부는 지리산에 기대어 산나물도 채취하고 고로쇠 물도 받아 팔고 민박도 하며 정직하고 소박한 모습으로 살고 있었다. 산장 주인과 작별하고 깊고도 깊은 거림계곡으로 내려가 보았다. 계곡의 물소리는 여전히 지리산을 울리며 우렁차게 흐르고 있었다.

    여기서부터 산길을 따라 8㎞쯤 가면 철쭉으로 유명한 세석평전이다. 거림계곡으로 물을 흘려 보내는 골짜기 이름이 재미있다. ‘자빠진 골’ 혹은 ‘엎어진 뜰’로 부르는 계곡은 산이 자빠진 듯, 엎어진 듯 완만한 경사를 보여준다고 붙여준 이름이다. 옛날 매표소가 있었던 곳을 지나면 아직도 일반인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 골짜기와 능선이 여러 군데 있다. 등산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을 정도로 깊은 곳이다. 무리한 산행은 금물이다. 전설적인 빨치산으로 불리는 이현상의 남부군 지휘소와 후생병원의 흔적도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현대사의 장소이다. 거림계곡 산길을 오르면 만나는 세석평전에는 음양수 전설이 있다.

    이 샘물은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인이 산신에게 기도를 하고 마시면 누구나 아들딸을 낳을 수 있다고 한다. 아주 오랜 옛날에 자식이 없던 부부가 찾아와 샘물을 마시고 아이를 낳았으나 산신령의 금기사항을 지키지 않아 잔돌평전의 돌밭에서 철쭉을 가꾸라는 벌을 받았다. 세석평원에서 날마다 손발이 닳도록 꽃밭을 가꿨다. 철쭉은 무럭무럭 자라서 아름다운 꽃을 피웠고 닳아 터진 다섯 손가락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꽃밭에 뿌렸다. 세석의 철쭉꽃은 절세가인 여인의 애처로운 모습을 닮았다. 청초하고 아름다운 슬픈 넋이 꽃잎마다 서려 있다고 한다. 전설이지만 그처럼 애련하게 해마다 피고 지는 6월이면 사람들이 평전에 모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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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장산 정각사 천왕문

    거림에서 행복한 추억을 뒤로하고 덕천강을 따라 오다 방장산 정각사 안내판을 보고 다리를 건넜다. 절집 초입에 미륵이라고 하는 2기의 바위가 있는데 수문장이다. 솟을대문을 한 천왕문을 지나면 창건주의 공덕비가 있고 2층 팔작지붕의 법해루가 있다. 인기척에 요사채 문을 열고 눈인사를 하는 스님에게 절집의 내력을 잠시 물었다. 1966년 법농 정국주 부부의 발원으로 수월, 천석 선사에 의해 창건됐다.


    수월스님은 인근 내원암에서 수행 중이라 했다. 법농 정국주가 소년시절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공부를 마치고 귀국했다. 부산 남포동에 정착해 자수성가했다. 그 돈으로 절을 세웠을 터이다. 중심 전각은 대웅전이다. 대웅전 양쪽으로 사각기둥을 한 건물이 양쪽으로 있고 주련이 달려있었다. 대웅전 마당에는 강자갈이 곱게 깔려있고 5층 석탑이 있다. 자연석 계단을 올라서면 삼성각, 명부전, 법종각이 있다. 현재는 대한불교 조계종으로 수행을 위주로 하는 선학원 소속이다.

    (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마산대 입학부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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