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김해시-교육청 ‘터널통학 대책’ 책임 떠넘기기

지난달 ‘시설·버스노선 개선’ 가닥, 한달째 후속 절차 없어 학생 불편
시 “예산 문제…학군 조정이 해결책”
교육청 “더 큰 혼란… 시가 나서야”

  • 기사입력 : 2017-05-16 22:00:00
  •   
  • 김해 장유 삼문고와 능동중 학생들의 ‘미세먼지 터널 통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 당국이 임시 통학버스 운행을 시작했지만, 시와 교육청이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이견을 드러내면서 학생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지난달 4일 김해시·김해시의회·김해시교육지원청 관계자 등과 만나 ‘터널 통학’ 문제 해결을 위해 ‘터널 시설 개선과 시내버스 노선 개편’ 등의 가닥을 잡는 듯했지만, 시가 예산상의 이유로 교육당국에 ‘학군 조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메인이미지
    16일 오전 8시께 김해시 삼문동 장유터널 안을 능동중학교 학생이 걸어가고 있다.

    ◆여전한 터널 등·하교= 김해교육지원청(이하 지원청)은 지난달 13일부터 자체 예산을 편성해 부곡동~능동중·삼문고 구간에 임시 통학버스 1대를 운행하고 있다. 운행시간은 오전 7시 30분, 7시 55분, 8시 15분으로 총 3차례다. 임시 통학버스는 오는 18일까지 지원청 예산으로, 이후 근본적인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도교육청 예산으로 운영된다. 도교육청은 오는 19일부터 올해 말까지 임시 통학버스 운행 예산 2400만원을 이미 편성해 놓았다.

    통학버스가 운영되고 있지만, 일부 능동중·삼문고 학생들은 여전히 장유터널을 걸어서 등·하교하고 있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16일 오전 7시 50분, 10여명의 학생들이 장유터널을 거쳐 등교하고 있었다.

    능동중 3학년 송모(16)군은 “하루 세 번 통학버스가 다니지만 8시 15분 차를 놓치면 터널로 걸어갈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하교 시간에는 통학버스가 운행하지 않아 터널을 걸어 하교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삼문고 2학년 송모(18)군은 “삼문고 학생은 첫차를 많이 이용하는데 사람이 많아 서서 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그래서 친구들과 자주 걸어서 터널을 지난다”고 밝혔다.

    ◆시 “학군 조정해야”= 당초 시와 교육청이 협의해 터널 내 차단막·환기시설 설치, 시내버스노선 개편·증차로 입을 모았지만 시는 예산상의 문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제시됐던 시내버스 노선 개편에 대해 시는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사전 조사를 했지만 노선 조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면서 “100여명의 학생 통학시간에 맞춰 노선을 조정한다면 출퇴근 시간 이용객들이 반발한다. 교육 당국에서 학군 조정을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터널 내 차단막 설치도 예산상의 문제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칸막이와 부대시설은 설치비만 약 12억원, 한 해 관리비만 1억원 가까이 나간다. 터널을 통행하는 사람이 많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며 “내년 학교 인근에 새 아파트가 들어서 학군 조정이 이뤄진다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교육청이 통학버스 예산을 편성해 상시 운영한다면 시에서 50%는 지원해 줄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당국 “더 큰 혼란”= 교육 당국은 시가 제시한 학군 조정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주장하며 시에 시내버스 노선 개편과 차단막 설치를 재차 요구했다. 지원청 관계자는 “장유지역 전체를 한 학교군으로 보고 있다. 어떤 기준으로 나누고자 하면 상당히 많은 검토가 필요하다”며 “학군 조정하면 이쪽 학생이 저쪽 학교로 전학을 못 가고, 부득이한 사유가 발생해도 이사를 하지 않는 이상 전학이 불가능하다.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올해 말까지 임시 통학버스를 운행할 계획이지만 이후 시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지금 운행하는 임시 통학버스 예산도 ‘교육감 포괄 사업비’로 긴급하게 편성했다”면서 “임시 통학버스를 운행하는 동안 시에서 시내버스 증편, 시설물 설치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기원 기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 관련기사
  • 박기원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