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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새 정부 출범과 문화예술계의 과제- 김재환(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 기사입력 : 2017-05-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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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문재인 커피’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청와대에서의 대통령 모습이 사뭇 달라졌다. 문캠의 측근들이 1기 내각에서 빠지며 탕평인사를 펼치고 있고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국민을 편가르기한 국정교과서를 철회시키는 등 행정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정성을 강조하고 정부를 하나의 공공재로 인식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지금 현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 방향은 어떠할까. 문재인 정부는 문화행정의 공정성을 강화하고 생활문화의 확대를 꾀하겠다고 공약했다. 더불어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무너진 문화행정을 바로 세우기 위해 관련제도를 정비하는 작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즉, 공정성과 투명성 그리고 문화기본권 향상을 문화예술 정책의 기본방향으로 잡았다.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국가지원사업에서 배제되는 일이 일상이었던 지난 정권을 생각하면 공정성과 투명성은 반드시 복귀돼야 할 소중한 가치이다. 생활문화 확대는 과도한 노동 시간을 단축해 근본적인 차원에서 문화 활동 시간을 확보하겠다는 것인데, 사회 시스템의 변화 속에서 문화예술 향유권을 확대하겠다는 발상이라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언론을 통해 드러난 문화예술계의 반응은 현 정부의 정책에 긍정적인 분위기다. 여기에 추가로 지역문화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한 분권형 문화 균형 전략을 수립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화정책의 수립과 실행에 있어 각 지역의 자율성이 보장되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요구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좀 더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예컨대 단순히 지방분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중앙이든 지방이든 정치의 입김과 행정 관료의 손아귀에서 문화예술계가 벗어나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가능해야만 지역문화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실질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고갈돼 가는 문화예술기금 확보 방안을 마련함과 동시에 재원의 자율적 운영권을 보장해야 하며, 지방정부에서는 문화재단을 비롯한 문화예술기관장의 인사권을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에 이양하여 운영의 독립성을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 욕심을 더 부리자면 문화 관련 행정기관의 공무원을 행정 공무원이 아닌 예술행정을 전공했거나 문화예술기획의 경력자로 대체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만하다. 문화예술기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문화예술과 관련된 시스템(기관, 기금, 인력 등)이 국민의 세금으로 형성된 공공재라는 사실이다. 공공재에 대한 이러한 자각이 있어야 기관을 운영하든 기금을 지원받든 사심이 개입되지 않는다. 이런 태도를 견지할 때 문화예술인도 성숙하고 합리적인 시민으로 자리 잡을 것이고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자율성과 독립성을 더욱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허망하게도 지금 현재 문화예술계는 감시와 통제 시스템에 갇혀 창작행위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이후 지난 정부는 국고보조금의 부정수급을 막기 위해 ‘e나라도움’이라는 전산시스템을 올해 초 만들었는데, 이 시스템이 까다로워 많은 예술인들이 보조금을 포기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없애겠다고 한 공인인증서가 필수임은 물론이고 신용카드 발급이 불가능한 예술인들에게 신용카드 발급을 강제하는 등 한마디로 기금을 가능한 한 쓰지 못하도록 시스템이 구성되어 있으니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다. 새 정부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을 문화예술 정책으로 정했다. 그렇다면 빠른 시일 내에 ‘e나라도움’을 폐기하고 창작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는 간소화된 시스템을 개발하길 바란다.

    김재환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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