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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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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088) 제19화 대통령선거 18

“아줌마, 사랑해요”

  • 기사입력 : 2017-05-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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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은 비교적 한산했다. 불경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맛집으로 불리는 유명한 식당들 외에는 대부분의 식당들이 손님이 없어서 어려워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대통령 후보들은 특별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대통령선거가 굉장히 흥미로워요.”

    민사모에서 일을 하는 여학생이 소주를 마시면서 말했다.

    “흥미로워요? 뭐가요?”

    남학생의 말이다.

    “선거는 누가 훌륭한 인물인지, 누가 훌륭한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선거는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것 같아요.”

    “당연히 이겨야지요.”

    다른 남학생이다.

    “어쨌거나 대통령을 잡 뽑아야 돼요. 찍고 싶은 사람이 없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옛날에는 최선이 없어서 차선을 찍는다고 했는데 지금은 최악을 찍을 수 없어서 차악을 찍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어요.”

    남학생의 말에 다른 학생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대통령은 일반인들이 봤을 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여요. 그렇지만 실제로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어요.”

    “황제와 같은 대통령 권력이 문제라서 내각책임제로 개헌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요.”

    “내각책임제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에요. 국회의원 공천 파동을 보니까 국회의원들이 너무 한심하더라고요. 그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내각책임제를 하겠어요?”

    학생들의 논쟁이 치열했다. 서경숙은 잠자코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총선 때 공천파동은 국회의원 수준을 의심하게 했었다.

    “문제는 세대 간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세대 간 갈등이요? 진보와 보수가 너무 심하게 다투고 있는 게 아니고요?”

    “우리나라는 진짜 진보나 보수가 없어요. 그냥 투쟁을 하는 거뿐이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서로가 세상에 존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평생을 싸우다가 죽을 거예요.”

    학생들의 토론이 계속되었다. 서경숙은 그들이 계속 토론을 하게 두고 밖으로 나왔다. 학생들이 모두 일어나서 인사를 했다.

    “먼저 오피스텔에 가 계세요.”

    이준석이 밖에 나와서 인사를 했다. 서경숙은 이준석이 살고 있는 오피스텔로 갔다.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는데 이준석이 좀처럼 오지 않았다. 서경숙은 침대에 누워 창으로 멀리 한강 쪽을 내다보았다. 강변북로를 달리는 차량의 후미등이 붉게 반짝이고 있었다.

    이준석이 돌아온 것은 깜박 잠이 들었을 때였다.

    “아줌마, 사랑해요.”

    이준석이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그에게서 술 냄새가 왈칵 풍겼다.

    “나도 준석이 사랑해.”

    서경숙은 잠결이었으나 이준석을 깊이 받아들였다.

    사랑이 끝난 뒤에는 이준석을 가슴에 올려놓고 깊이 잠을 잤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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