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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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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은 디자인이 아니다

예쁜 집 줄게, 좋은 집 다오
건축가가 집의 역사·철학·문화적 배경 소개

  • 기사입력 : 2017-05-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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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락집의 전형인 경회루.


    건축가이자 시인이자 소설가인 저자는 “집은 디자인이 아니다”라고 한다. 건축을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 중에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절대적인 현실에서, 건축가가 집을 짓는 데 디자인을 부정하는 듯한 말을 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마치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라는 어느 가구회사의 광고 문구가 연상된다.

    그럼 이 건축가에게 집은 무엇인가. 그에게 ‘집은 생명’이다. 이 책은 지난 1995년 출간된 ‘집 이야기’를 재출간한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집에 대한 세인의 인식이 많이 변하긴 했지만, 집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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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다카세강의 수변에 위치한 상업건축인 타임스.

    기존 책에는 없던 주석을 편집자의 판단으로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새롭게 추가했고, 본문에 소개되는 주요 건축가와 건축물은 각 단락 끝에 별도로 설명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집에 대한 이론서나 실용서가 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편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집에 대한 에세이다. 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 건축을 공부하는 사람, 막연하지만 건축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일정한 방향을 설정해주는 지침서가 될 수도 있다. 재편집은 ‘집은 생명이다’라는 명제가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맞춰졌다. 또한 집의 역사와 철학, 문화적 배경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존의 내용을 재구성했다.

    1장은 ‘집은 무엇인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집의 기원을 담고 있고, 2장은 집의 주요 공간에 대한 장으로, 부엌을 비롯해 방과 마당이 어떻게 생겨났고 변화돼 왔는지 이야기한다. 또 3장은 창, 문, 계단 등 집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집에 사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며, 그 안에 인류가 숨겨 놓은 지혜는 무엇인지 등을 담았다. 마지막으로 4장은 집의 유형과 위치하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만나는 다양한 집이 인류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증명한다.

    디자인은 시각적 표현을 목적으로 한다. 경제성이나 실용성도 고려되지만, 궁극적으로는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집을 짓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에 집착한 나머지 모델하우스 같은 공간을 만드는 데 문제가 있다. 집을 대하는 이러한 태도는 사용성에 기반한 집이 갖는 일상적 의미보다는 디자인 자체의 아름다움이나 일시적 즐거움에 비중을 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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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집은 어떻게 지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집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물음에서 다시 시작돼야 한다. 이 물음은 사람뿐만 아니라 생명을 지닌 모든 것들이 왜 집에 살아야 하는지를 밝히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집은 ‘생명에서 출발해 사랑으로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디자인 범람 시대에 본질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이 책에 담겨 있을 듯하다.

    소설가 양귀자는 “삶 전체가 아주 특별했던, 지금은 존재를 감추고 나타나지 않는, 한 건축가의 집에 관한 명상”이라고 이 책을 정의했다.

    김기석·구승민 지음, 도서출판 디 펴냄, 1만6000원

    서영훈 기자 float21@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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