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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대선에 던져보는 리더십 화두- 허충호(정치부 김해본부장· 국장)

  • 기사입력 : 2017-05-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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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들 중대한 사안을 표현할 때 ‘역사적’ 또는 ‘운명적’이라는 수식어를 앞세운다. 역사적이라는 수식어는 현 시점의 사실을 미래의 평가로 상정하는 표현이다. 곧, 미래지향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사안에 대해 무거운 역사적 책무와 의무를 부여하는 측면도 있다.

    운명적이라는 표현에서는 과거의 기정사실을 현재에 이입하는 경향이 강하다. 자율적인 책무감보다는 다소 피동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측면이 상대적으로 부각된다.

    오늘은 국가적으로 또 한 페이지의 중요한 역사가 기록되는 날이다. 벚꽃대선이니 장미대선이니 하는 화려한 수식어 속에 또 한 명의 대통령이 탄생하는 날이니, 운명적이라는 수식어보다는 역사적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하다.

    이번 대선은 여러 면에서 기록할 일이 많다. 전임 대통령의 파면으로 형식상 보궐선거의 이름표를 달았지만 전임의 잔여 임기가 아닌 정상 임기를 다한다는 점이 우선 특이점이다. 대통령 인수위원회 없이 당선 즉시 임기가 시작되는 것도 또 다른 특징이다. 마치 계주경기에서 서둘러 바통을 넘겨받고 줄곧 앞을 향해 달려가는 주자를 바라보는 것처럼 관중들의 마음도 급하다. 유례 없이 많은 후보들이 출사표를 낸 것도 이채롭다. 무려 13명의 후보가 난립한 작금의 상황은 대통령직이라는 무거운 자리의 중량감을 다소 경감시키는 일면을 노출하기는 했지만, 그만큼 시대상황이 엄중하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어쨌든 이런 여러 특이한 기록들과 함께 ‘대선공연’은 역사적인 막을 올렸다.

    젊은 시절, 나치 수용소에서 죽음의 문턱을 오갔던 신경정신과 의사이자 로고테라피 학파를 창시한 빅터 프랭클 박사는 저서 ‘죽음의 수용소에서’(이시형 역)를 통해 ‘인간은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존재할 것인지, 그리고 다음 순간에는 어떤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해 항상 판단을 내리는 존재’라고 규정했다. 여기서 ‘인간’을 ‘대통령’으로 대치해보면 오늘은 ‘앞으로 어떻게 존재할 것인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신중히 판단을 내리는 날이기도 하다.

    선거에는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얘기가 지도자론이다.

    필자는 지난 2012년 칼럼에서 지도자 유형을 리더(leader)형과 보스(boss)형으로 나눠 살폈다. 선거기간 중 후보들마다 제왕적 대통령과 소통형 대통령을 두고 담론이 무성했지만 결국은 리더와 보스라는 큰 카테고리를 벗어날 수는 없다.

    리더와 보스는 지도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두 단어가 풍기는 뉘앙스는 철자만큼이나 다르다.

    보스에서는 ‘권위’보다 ‘권위적’인 냄새가 난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최고 책임자이지만 반드시 경외와 존경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강인한 카리스마적 통치행위가 연상된다.

    반면 리더에서는 지혜와 온화함이 떠오른다. 권위는 있으되 결코 권위적이지 않고, 인간미마저 느껴진다.

    대부분의 지도자는 험난한 리더의 길보다 손쉬운 보스의 길을 택하고픈 유혹에 빠진다. 전제군주의 많은 수가 보스론에 기반한 통치를 했다는 사실은 그런 유혹의 방증이다. 늦어도 내일 새벽이면 새로운 지도자가 탄생한다. 신민(臣民)이 아닌 주권자 국민의 판단을 받은 이가 누구든 국민의 신망을 받을 수 있는 ‘지도자의 길’이 무엇인지 엄숙하게 고민해야 한다.

    허충호 (정치부 김해본부장·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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