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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안보는 패션이 아니다- 정기홍(거제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7-05-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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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일성정치대학, 국방종합대학,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대학, 평양의과대학, 평성리과대학, 평양음악무용대학 등은 북한에서 토대(출신성분)가 좋고 우수한 학생만이 들어갈 수 있는 북한의 수재급 대학이다. 토대가 좋은 자녀 가운데 뇌물로 입학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학교를 졸업하면 기본적인 출세는 보장된다. 때문에 북한에서는 그만큼 토대가 중요하다.

    북한의 대학 가운데 토대, 뇌물도 통하지 않고 오직 두뇌만으로 입학하는 대학이 있다. ‘미림군사대학’. 북한 최고의 두뇌들 가운데 소수만이 들어가는 대학이다. 이 대학은 ‘해커부대 양성소’다. 공포의 대상이 핵과 미사일 뿐만 아니다.

    지난 2015년 청와대와 외교부가 사이버공격을 당했고, 지난해에는 육·해·공군 정보의 심장부인 ‘국방데이터센터’의 군사기밀이 털리기도 했다. 올 초에는 청와대와 외교안보부서, 국회 등이 해킹당해 국감자료가 빠져나가기도 했다. 한국정부는 이 모두가 북한의 소행이라고 추정했다. 8년 전 한국에 입국한 미림대학 졸업생인 장세율씨는 한국의 국가기관과 방송국, 금융기관 등을 해킹하는 것은 미림대학 재학생이거나 졸업생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전력공급망체계를 마비시키는 것도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무시무시한 폭로다.

    미림대학은 30년 전인 지난 1986년 김정일의 특별지시로 강력한 해킹 전문가들을 육성하기 위해 설립됐다. 정식명칭은 ‘조선인민군 지휘 자동화 대학’. 현재 북한의 해킹수준은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다.대규모 살상 아니면 잿더미로 만들어버리는 ‘핵’과 ‘미사일’이 소리의 전쟁이라면, 사이버테러는 ‘소리 없는 전쟁’이다. 북한은 이 모두를 증강시키는데 전력을 쏟아오고 있다.

    이뿐인가. 북한은 현재 가공할 만한 생물·화학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생산능력 및 보유량 역시 세계 3위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국제협약인 BWC(생물무기금지협약)에는 가입했지만 이 협약은 구속력이 없다. 화학무기의 개발·생산·비축 금지 및 가입후 10년 내 폐기내용을 담은 CWC(화학무기금지협약)에는 가입을 하지 않고 있다.

    아무리 첨단시대라고 하지만 전쟁 시 뛰어난 전투병의 중요성은 늘 강조되고 있다. 북한의 ‘특수부대’ 요원은 세계 최대 규모인 20만명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한국 특수부대원의 10배다. 적화통일이 목표임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한반도의 상황이 이러한데도 우리는 그리고 대통령 후보들은 많이 둔감해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휴전 상태가 장기간 지속된 탓일까. ‘설마’ 하다가 임진왜란이 일어났고, 대책 없이 있다가 ‘6·25동란’이 터졌다. 지금 우리는 특별한 대책도 없는데다 ‘설마’하고 있는 건 아닌지.

    선거를 앞둔 후보들은 ‘안보’와 ‘경제’를 가장 강조하고 있다. 김정은이 설쳐대지 않으면 ‘안보’에 대한 중요성은 지금 후순위로 밀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휴전 중인 나라의 안보는 패션이 아니다.

    선거가 끝난 후에도 한반도가 ‘휴전 중’인 사실을 늘 각인해야 한다. 휴전국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철학과 관계없이 안보만큼은 전문가 이상으로 알아야 하고, 그 심각성을 깊이 인식해야 하며,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놓아야 한다. 모든 공약이 중요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국가의 존속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정 기 홍

    거제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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