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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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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다 - 유행두

  • 기사입력 : 2017-04-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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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점에서 얻어 온 생선 대가리

    어머니 앞에 조르르 누웠다

    고양이 밥 될 이놈들

    댕강댕강 잘리지 못한 내장이 불거져

    아직도 마감 못한 핏물이 묻어 있다

    성깔 못 이겨 눈알 빠져 없는 놈

    사팔뜨기 눈으로 딴청 부리는 놈

    아직도 이빨에 낚싯바늘 끼운 채

    헐떡이는 아가미 잠재운 놈

    흰 눈 동그랗게 빼물고 노려보는 놈

    등줄기 푸른 바다 질퍽한 비린내에 쓰러지던 날



    어머니 못 보셨나

    낚싯바늘 끼우고 올라오던 놈

    찌그러진 양은 냄비 수증기 속에서

    내 숟가락 따라 올라오던 바다

    ☞ 이 작품은 처음부터 ‘왈칵 치밀어 오르는 슬픔’으로 읽혀졌습니다. 그리하여 시인의 봄바다를 다시금 생각해보았습니다. 맨 마지막 행을 장식하고 있는 ‘내 숟가락을 따라 올라오던 바다’는 분명 거친 겨울바람을 이겨내고 온 부드러운 봄바다인데, 작품 속의 바다는 온통 슬픔으로 채색되어 있습니다. 또한, 목울대에 뭔가가 자꾸 울컥하니 가득 치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머니가 얻어 온 생선 대가리들은 그야말로 고양이 밥이 제격이지만, 식솔들을 위해 서둘러 찌그러진 양은 냄비에서 조리되었습니다. 그것도 내장이 불거진 채로, 눈알 빠져 없는 놈, 이빨에 낚싯바늘 끼운 채 헐떡이는 놈까지 죄다 넣어서 말입니다. 그렇게라도 해야만 하는 어머니의 심정은 어떠하였겠습니까? 작품 속의 상황은 시인의 생생한 삶이었지만, 그대도 한때는 그렇게라도 먹어야 했던 시절이 있었고 그런 시절을 겪어내야 하였을 것입니다. 시인의 봄바다를 통해 남루한 삶의 고통을 승화시키는 일이야말로 진정으로 시를 대하고 읽어내는 자세인 것입니다. 정이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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