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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공생- 이종훈 정치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7-04-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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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라비아인들이 가장 귀하게 여기는 가축은 낙타이다. 뜨거운 사막에서 물 한 방울 마시지 않은 채 320㎞를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모래로 뒤덮인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물인데, 그 어떤 가축보다도 귀할 수밖에 없다. 위험한 사막에서 생활하는 아라비아인들의 필수적인 전략은 낙타와의 공생이다. 낙타는 무릎을 꿇어 짐을 싣거나 주인을 태워 사막을 건너고, 주인은 오아시스에서 물과 먹이를 주면서 끈끈한 관계를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사막에 사는 식물들도 저마다 생존전략을 가지고 있다. 선인장은 수분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광합성 기능을 줄기로 옮겼다. 그리고 줄기는 아주 두껍게 생겼다. 최대한 많은 물을 머금기 위해서다. 흥미로운 것은 사막 식물들이 같이 살기 위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욕심을 내고 한계선을 넘어 뿌리를 뻗으면 그 옆의 식물과 싸워야 하고 물이 부족해져 결국은 모두 살아남기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생은 일반적으로 생물들간에 상부상조의 관계에 있는 것을 일컫는다. 자연을 지배하며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간사회에서 이러한 공생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연과 공생하는 지혜와, 무한경쟁보다는 무한공생으로 나아가는 혜안을 엿볼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약육강식의 사회를 당연시해 왔던 것 같다. 그리고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주의도 만연해 있다.

    ▼공생하는 인간을 뜻하는 ‘호모심비우스’라는 용어가 있다.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공생을 의미하는 심비오시스(symbiosis)에서 착안해 만든 것이다. 최 교수는 미래에는 이기적인 인간이 설 곳이 없고 협력하는 인간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한다. 손잡고 가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경고이다. 그렇다고 경쟁을 하지말자는 것은 아니다. 경쟁하면서 손잡고 또 도우면서 공생하는 것이 이 시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모습이다.

    이종훈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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