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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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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지리산국립공원 칠선계곡 예찬- 신용석(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장)

  • 기사입력 : 2017-04-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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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골이 깊으면 산이 멀다. 우리 땅에서 가장 높은 지리산 천왕봉에서 발원한 가장 깊은 골이 칠선계곡이다. 한라산 탐라계곡, 설악산 천불동계곡과 함께 한국의 3대 계곡으로 꼽히는 칠선계곡은 현재 산벚나무, 생강나무, 진달래의 꽃 향연이 한창이다. 겨울눈이 녹고 봄비가 내려 스며든 물줄기가 수백 개의 폭포와 웅덩이를 토해 내며 흘러가는 풍경은 한 폭의 동양화이다. 옆 동네의 한신계곡이 보디빌딩으로 단련한 남성의 울퉁불퉁한 몸체와 같다면, 일곱 선녀를 뜻하는 칠선계곡은 선녀들의 드레스 자락이 신나게 나부끼는 느낌이다. 지리산은 금강산에 비해 수려하지 않고 다만 웅장하다고 했지만, 칠선계곡의 수려함은 금강산 계곡에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칠선계곡은 천왕봉에 가까워지면서 깎아지른 급경사 지형이다. 따라서 집중호우에 의해 수시로 산사태가 나고 길이 끊겨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서 천왕봉을 향했던 선인들의 유람록에 칠선계곡 코스는 등장하지 않는다. 칠선계곡은 1997년의 태풍 ‘사라’에 의해 길 흔적이 사라질 만큼 큰 지형변동이 있었다. 이에 탐방객 안전과 생태계 보전을 위해 사람의 출입을 제한하는 특별보호구로 지정했다. 생태계는 보전됐지만 탐방 제한은 지역주민들의 생계에 지장을 줘 갈등을 초래했다. 이에 공원사무소·지역 주민·시민단체 간 합의로 중·하류 계곡을 개방하고, 중·상류계곡은 안전사고 우려가 적은 5~6월, 9~10월에 매주 2회 예약자를 공원 직원이 인솔하는 가이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칠선계곡의 탐방예약·가이드 제도는 보전과 이용의 갈등을 해소한 지혜의 산물이다. 그 결과 수많은 야생생물들이 자연 그대로 어우러진 생태계가 유지되고, 탐방객들은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천혜의 자연을 향유하게 됐다. 자연을 엄정하게 보전하되, 국민들도 즐길 수 있게 하자는 ‘국립공원 정신’이 가장 잘 반영되고 있는 곳이 칠선계곡인 것이다. 칠선계곡을 탐방하려면 어서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에 들어가 예약하길 바란다.

    신용석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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