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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부모 부양, 가족이 희망- 이문재(사회2부장)

  • 기사입력 : 2017-04-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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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지인들과의 만남에서 심심찮게 화제(話題)가 되는 게 부모 부양에 관한 얘기다. 50세 중반에 들어선 필자 또래들의 부모는 대개 80세를 넘어 90세를 향하고 있는 초고령자다.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나이인데다, 한두 가지 질병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들 부모 세대들의 공통점은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로지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던 세대다. 자신이 그랬듯, 자식들도 자신을 부양할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자식들도 이러한 부모의 믿음에 배신(?)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하지만 급격한 산업화와 근대화를 겪은 우리사회는 전혀 새로운 형태로 재편됐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또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급변하면서 관습처럼 지켜져 오던 부모 부양에 대한 인식도 깨뜨려지고 만 것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5년 전만 해도 부모 부양 책임이 가족에게 있다고 여기는 사람이 10명 중 7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3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 같은 기간 ‘가족과 정부·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사람이 18.2%에서 45.5%로 늘었다. 부양의 손길이 절실한 노년층은 증가하고 있지만, 부모 부양 의식은 거꾸로 가고 있다. 이뿐 아니라 부양에 대한 인식변화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는데, 부양 문제로 형제끼리 다투거나 부모와 자식 간에도 갈등이 발생한다. 한국가정법률사무소에 접수되는 부모 부양 관련 건수는 매년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부양비를 달라며 소송을 내기도 하는데, 대법원 통계에서 2011년 201건에서 2015년 239건으로 늘었다.

    우리나라에서 부양 의무를 규정한 법률은 민법과 기초생활보장법 두 가지다. 민법은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간과 기타 생계를 같이하는 친족 간에 서로 부양의 의무가 있다고 포괄적으로 규정한다. 기초생보법에는 부모와 자식 간인 1촌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에게 부양 의무가 있다고 명시했다. 기초생보법의 부양 의무자는 꾸준히 축소돼 왔는데, 2000년 제도 도입 시에는 생계를 같이하는 2촌 이내 혈족이었다가 이후 조손과 형제·자매 등을 제외해 현재는 부모·자식만 남았다. 주목할 것은 부양 의무자의 범위도 줄었지만, 부양을 거부하는 자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 문제 등으로 자식들이 부모 부양을 거부해 발생한 기초수급자가 2001년 3만3000여명이었으나, 지난 2015년에는 28만2000여명으로 10배가 늘었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13% 정도다. 2025년에는 20%에 도달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2065년이면 노인 인구 비중이 40%를 넘어 OECD 국가 중 가장 높아진다. 그런데 2015년 OECD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8%를 웃돈다. OECD 평균 12%의 4배 수준이다. 지금의 노인 세대는 복지제도가 거의 없던 시대를 살아온 터라 빈부격차가 심하다. 또 자식의 부양을 받기가 어려워진 세대이기도 하다. 자신을 위해 챙기지도 못했고, 지금은 챙김을 받을 상황도 아닌 참으로 불행한 세대다. 정부와 사회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분명한 한계가 있다. 노인들이 쓸쓸하지 않고, 힘든 생활을 하지 않으려면 법이나 제도보다는 아직은 ‘가족’이 희망이자 해법이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가정의 달을 앞두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 부모들의 처지를 살펴봤다.

    이문재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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