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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지리산의 깃대종 히어리와 반달가슴곰- 신용석(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장)

  • 기사입력 : 2017-04-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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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에서 살고 있는 생물은 총 7882종으로, 이는 남북한 생물종을 합친 약 4만종의 20%에 해당한다. 한반도 면적의 0.2%에 불과한 곳에 20%의 종이 있으니 지리산은 생태계의 보물창고라고 할 만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자연이 망가지는 시대에 지리산을 비롯한 22개 국립공원의 생물들을 잘 보전하면 이들이 씨앗이 돼 자연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생물들의 중요성을 표현하는 단어 중에 깃대종이라는 것이 있다. 말 그대로 사람들 앞에 ‘깃발로 내세우는 종’이다. 즉,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 자연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정한 생물이 깃대종이다. 관계 전문가와 지역대표가 모여서 결정한 지리산의 깃대종은 히어리와 반달가슴곰이다.

    예쁜 이름의 히어리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산식물로 학명과 영어이름에 ‘코리아’가 들어간다. 흔하게 보기 어려웠으나 자생지가 보호되고 개체수가 늘어 멸종위기식물에서 해제됐다. 지리산 남쪽지역의 양지바른 비탈에서 잘 자라고, 자칫 생강나무와 혼동할 정도로 이른 봄에 노란 꽃이 가지 끝에 주렁주렁 나무 가득히 피어 사람들의 춘심(春心)을 자극한다.

    반달가슴곰은 민족신화에 나오는 동물로서 지리산에 많이 서식했지만, 일제강점기 때의 수탈과 이후의 극심한 밀렵으로 거의 사라져 멸종상태에 있었다. 이에 2004년부터 복원사업을 전개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현재 공식적인 개체수는 45마리이지만, 미확인 개체를 더하면 50마리 정도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숫자는 앞으로 약간의 개체만 추가하면 적정 개체수를 유지할 수 있는 안정적인 숫자이다. 그러나 여전히 탐방객의 샛길 출입 금지, 올무 설치 금지 등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많은 생명체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지리산이 곧 우리 사람들도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리산일 것이다. 올해 제1호 지리산국립공원의 지정 50주년을 맞이해 앞으로 반달가슴곰을 멸종위기종에서 해제할 정도로 지리산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보호하는 것에 노력하고자 한다.

    신용석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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