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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스탠딩 오더- 전강준 부국장대우 경제부장

  • 기사입력 : 2017-04-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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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탠딩 오더란 명령권자가 한 번 내린 명령에 대해 직접적으로 ‘명령 취소’를 하지 않으면 유효한 명령을 의미한다. 이 단어가 유명해진 것은 최근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있은 김정남의 피살사건이었다. 북한의 최고 권력자인 김정은의 취소 지시가 없으면 언젠가 그대로 실행되는 것이다. “나와 가족들을 살려달라”는 김정남의 간곡한 부탁도 묵살됐다 한다. 그래서 스탠딩 오더란 북한의 최고 권력자만이 내릴 수 있는 명령이라는 단어가 됐다.

    ▼인도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살았던 소설가이자 수필가인 살만 루시디 사건도 이와 비슷한 경우이다. 살만 루시디는 선과 악, 종교적 신념과 광신에 대해 다룬 ‘악마의 시’라는 소설을 내놓으면서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이슬람 세계로부터 미움을 샀다. 그때 이란이 내렸던 명령이 파트와(이슬람 권위자의 견해)로, 죽음의 선고를 받게 된다.

    ▼그후 영국 정부의 보호 아래 줄곧 숨어 지내던 루시디는 1998년 호메이니가 사망하고 난 뒤 사면을 받았다. 이란으로부터 ‘처형’이라는 죽음의 선고를 받았던 그가 극적으로 살아난 것이다. 그는 ‘악마의 시’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이 두 경우는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것이 아니라, 법을 능가하는 권위에 지배당한 것이다. ‘스탠딩 오더’나 ‘파트와’는 법 이상의 권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권주자들의 현상도 꼭 스탠딩 오더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내가 살기 위해서 상대편을 꼭 죽여야만 하는 ‘선거의 속뜻’이라고 할까. 남이 하면 안 되고, 내가 해야만 옳은 것이라는 독재자의 자세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용서가 없는 사회, 인정이 없는 사회, 자신만 잘난 사회, 스탠딩 오더의 사면이 없는 사회가 갑작스럽게 나타난 느낌이다. 꼭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좁은 세상만 재단하며 스탠딩 오더에 흠뻑 젖은 모습이 우리 사회와 대권주자들의 단면처럼 그려진다.

    전강준 부국장대우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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