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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재일교포의 고향사랑 나무심기- 이학수 정치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7-04-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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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43년 어느 날 15살 된 한 동포소년이 몸이 아프니 하루만 쉬게 해달라고 노무계에 사정했다. 그 자리에서 거절당한 소년은 울면서 갱으로 들아갔다가 낙반사고로 숨졌다…’ 본지의 장기연재 ‘재일동포’에 실렸던 (1994년 4월 12일) 재일동포 향토사 연구가의 탄광 노동자 증언 일부다. 대한해협을 건너 끌려간 우리 동포들은 지옥 같은 갱에서 죽어갔다. 일본 후쿠오카 한 탄광의 조선인 기숙사에는 “어머니 보고 싶어요, 배가 고파요, 고향에 가고 싶다”는 애끓는 낙서가 발견됐다.

    ▼탄광 막장에서, 토목공사장에서, 군수공장에서 강제징용 한국인은 태평양전쟁의 소모품에 불과했다. 강제노역에 시달리던 동포들이 죽지 못해 살았다 하여 탄광지대 수용소 주변을 ‘아리랑고개’로, 노무계와 청원순사를 피해 도망치던 언덕을 ‘도망고개’라 불렀다. 인근 사찰 곳곳에는 누구 것인지도 모르는 한국인 무연고 유골이 보관돼 있다. 1940년에서 1945년 일본이 패전하기까지 대한해협을 건너간 한국인은 200만명으로 당시 2000만 인구의 10%로 추정된다.

    ▼핍박과 설움을 견디며 통한의 세월을 살아남은 재일 한국인들, 이들은 거의 자의로 일본 땅을 밟았던 것이 아니다.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군수물자가 필요했다. 물자 생산의 도구로 연행돼 갔거나 전쟁터 총알받이로 끌려간 사람들과 그들의 후손들이다. 현재 일본에는 58만명의 재일동포가 살고 있다. 이 중 일본과 지근거리인 경남 출신이 33% 정도다.

    ▼재일 경남도민회가 매년 식목일이면 고국을 찾아 나무심기로 고향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수구초심의 심정일 게다. 1975년부터 이어온 이 행사는 올해로 41년째다. 재일교포가 일본 전역에 살고 있지만, 경남 출신처럼 이렇게 오랜 기간 고향에 애정을 표시한 경우는 드물다. 40여 년간 계속된 식수행사로 경남 곳곳에는 소나무·편백 등 28만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어렵게 번 돈을 장학금으로, 성금으로 여러 번 내놓았다. 이제 고국이 그들에게 보답할 때다.

    이학수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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