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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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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은퇴자들의 로망- 이상규(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17-04-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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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는 선배 중 한 분은 몇 년 전 은퇴하자마자 거제에 집을 지었다. 평소 낚시를 좋아하던 이분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집을 짓고, 하고 싶은 낚시를 실컷 했다. 그런데 몇 년 지나지 않아 바다가 지겨워졌는지 그 집을 팔고 지리산 아래로 옮겼다. 여기서도 그는 정성스럽게 집을 지었다. 미술과 조경에 솜씨가 있는 그는 집 안에 연못도 만들고 황토방도 따로 만들었다. 그는 황토방을 손수 지으면서 여간 고생한 게 아니었다고 자랑을 하며 소회를 밝혔다.

    #2. 내년 정년을 앞둔 지인은 일찌감치 산청군 오부면에 은퇴 뒤 정착할 집을 지었다. 그는 10여 년 전에 땅을 사고 천천히 집을 지었다. 수년에 걸쳐 조금씩 집을 짓고 작은 텃밭까지 마련한 그는 현재 매주 주말이면 시골집에서 생활한다. 그 역시 집을 지으면서 고생을 많이 했고, 집 짓는 데 예상보다 많은 예산이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손수 지은 시골집에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

    은퇴 후 귀촌을 희망하는 필자도 내 손으로 시골에 집을 짓고 싶은 소망이 있다. 또한 귀농이나 귀촌을 꿈꾸는 많은 베이비붐 세대들은 스스로 자신이 살 집을 짓는 꿈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돈과 시간이다. 적극적인 사람들은 현업에 있는 동안 전문 학원에 등록해 집짓기도 배우고 귀농·귀촌학교에 다니면서 조금씩 기술을 익히기도 한다.

    먼저 정착한 이들은 한결같이 시골집은 크지 않아도 되므로 20평 이하로 집을 지으라고 충고한다. 은퇴 뒤 부부만 따로 살려면 10평만 되어도 괜찮다고 한다.

    집짓기가 부담스럽다면 시골집을 고쳐서 살아도 된다. 이와 관련된 책도 많이 나와 있다. 전희식의 ‘시골집 고쳐살기’란 책에는 허물어져 가는 집을 사서 고쳐 사는 내용이 재미있게 소개되어 있다. 시골마다 빈집은 많지만 외지인에게 잘 팔지 않는다. 빈집은 대개 시골에 노인들만 살다 돌아가시면 나오게 되는데 도시로 나간 자녀들이 팔려 하지 않고, 연락처를 알 수 없다. 이 경우 마을 이장을 잘 만나면 집을 소개받을 수 있다. 시골 빈집은 뼈대가 나무와 돌, 흙이고, 이를 고쳐 나무와 흙으로 지으려 하면 돈이 많이 들어 대개 시멘트와 패널 등으로 짓는다. 때로는 빈집을 고치는 비용이 새로 짓는 것과 비슷하거나 더 들기도 한다.

    얼마 전 한 매체는 일본 기초단체가 인구 유입을 위해 시골 빈집을 제공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도쿄도에 위치한 오쿠타마라는 지역은 대표적으로 인구가 적은 산간지역으로 인구는 2664가구에 5271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48%가 65세 이상이다. 빈집은 고령자 사망 등으로 갈수록 늘어 444곳에 달한다. 오쿠타마는 지난해 6월 기부를 받은 빈집을 40대 부부에게 제공했다. 이 부부는 월 1만엔(약 10만원)의 사용료를 내고 15년만 살면 주택 소유자가 된다. 지자체가 거주 축하금 50만엔(500만원)을 지급하고 주택수리비도 200만엔(약 2000만원)을 보조한다. 일본 총무성 조사 결과 빈집은 2013년 현재 820만 채로 전체 주택의 13.5%를 차지한다.

    우리나라도 갈수록 시골에 빈집이 많이 생길 전망이다. 일부 지자체에서 빈집을 귀농·귀촌인들에게 연결해 주는 일을 하고 있지만 아직 미미하다. 베이비붐 세대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농촌공동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시골 빈집을 활용했으면 한다.

    이상규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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