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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이천년을 함께한 명주실의 소리, 가야금

세상의 평안 기원하는 12줄의 예술혼

  • 기사입력 : 2017-04-04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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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자연적인 악기이자 사람의 살가운 향기가 그대로 드러나는 악기 ‘가야금’. 가야금 단일 악기로 전국 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연주단을 운영하고 있는 김해시립가야금단이 창단 20주년 (2018년)을 앞두고 보다 알찬 내용과 연주로 가야금의 본고장 김해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에 본지는 김해시립가야금단 이지영(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병창 이수자, 서울대 교수) 음악감독을 만나 가야금의 매력과 그 음악세계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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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시립가야금단 공연

    ▲가야금의 기원

    가야금은 한국의 대표적인 현악기로 오동나무로 만든 공명통에 12줄의 명주실이 안족이라고 하는 괘에 얹혀져 있다. 원래 가야금(伽倻琴)이라는 말은 가야(伽倻)나라의 금(琴·현악기)이라는 뜻이다.

    삼국사기 진흥왕조에는 가야금에 관한 재미있는 기록이 전한다. 가야금은 가야국의 가실왕이 중국의 쟁을 본떠 만들었는데, 가야가 신라의 공격으로 멸망하게 되자 가야의 음악가인 우륵은 가야금을 가지고 신라에 투항하게 됐다고 한다. 우륵이 진흥왕 앞에서 가야금을 연주하자 진흥왕은 가야금의 아름다운 소리에 매료돼 감탄을 했지만, 신하들은 가야금이 가야의 악기이며 멸망한 나라의 악기임을 간언하며 없애기를 주장한다. 그러나 진흥왕은 이에 반해 악기에 무슨 죄가 있겠느냐며 이렇게 아름다운 악기는 대대손손 신라에 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삼국사기 악지에 따르면 가야금이 진흥왕 시대인 6세기에 한반도에서 존재한 악기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가야금은 6세기보다 훨씬 더 이전에 이미 존재했다는 것을 여러 고고학적 유물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중국의 역사책인 ‘삼국지’에 보면 우리나라 삼한 시대에 고유의 현악기가 있다는 기록이 있으며, 경주 부근에서 발굴된 국보 제195호 경주 계림로 30호분 토우장식 장경호(AD 425~450)나 경주 황남동에서 출토된 가야금 토우들(AD 4~5세기)에도 가야금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지난 1997년 광주 신창리에서 발굴된 나무로 만들어진 고대 현악기는 가야금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기원전 1~2세기의 유물로 추정되고 있다. 이로 볼 때 가야금은 삼국사기의 기록보다 훨씬 이전인 기원전부터 이미 우리나라에서 사용된 악기로 우리 땅에서 2000년 넘게 오래도록 사랑을 받아온 악기임을 알 수 있다.



    ▲가야금의 상징

    다른 동양악기들과 마찬가지로 가야금은 악기 형태에서 많은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예로부터 가야금의 12줄은 열두 달을 상징한다고 했다. 가야금의 몸통은 땅을, 줄은 하늘을, 줄을 받치고 있는 안족은 사람을 상징해, 가야금은 사람이 땅에 발을 붙이고 하늘을 받치고 있는 형상이라는 말이 전해져 온다. 또한 산조 가야금 뒤판의 공명구도 둥그런 태양의 모양과 초생달 모양을 하고 있어 음과 양을 상징하고 있다. 이렇게 가야금은 몸통 전체가 하늘과 땅, 해와 달 등 우주 전체를 상징한다고 하겠다.

    이렇게 예로부터 한국인들은 가야금에 12줄과 안족, 몸체에 우주의 음양사상과 12달의 의미를 부여했으며 길함, 행복을 상징하는 여러 무늬나 조각들을 새겨 넣어 그 소리로 세상의 평안을 기원하는 성스러운 악기로 후대에 전했다.



    ▲가야금의 종류

    현재 많이 쓰이고 있는 가야금에는 정악가야금, 산조가야금, 18현금, 25현금 등이 있다. 이 중 정악가야금과 산조가야금은 전통가야금으로 분류되고 18현금이나 25현금 등의 악기는 개량가야금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렇듯 가야금은 음악의 변화나 현의 수의 증가에 의해 변화되어 왔다. 이 외에도 21현금, 고음가야금, 저음가야금, 철가야금, 전자가야금 등이 있으며 과거에 13현이나 15현의 가야금이 쓰인 적도 있다.



    - 정악가야금

    정악가야금(正樂伽倻琴)은 2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악기로 법금(法琴) 혹은 풍류가야금(風流伽倻琴)이라고도 한다. 오동나무를 반으로 자르고 속을 파내어 공명통을 만들었으며, 12줄의 명주실이 안족이라고 불리는 12개의 움직일 수 있는 괘에 얹혀져 있다. 악기의 끝부분에는 양이두(羊耳頭)라고 불리는 나무 장치로 줄을 악기에 고정시킨다. 악기의 몸통이 크고 현도 굵기 때문에 음역이 낮고 음량이 크다. 예로부터 가야금이란 정악가야금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전통음악에서 여민락과 같은 궁중음악이나 영산회상 등의 풍류음악에 쓰이며 현대음악에서도 가끔 쓰인다.

    - 산조가야금

    산조가야금은 정악가야금과 같이 12줄의 명주실이 12개의 움직일 수 있는 안족에 얹혀져 있으나 정악가야금보다 작은 크기로 되어 있다. 정악가야금이 오동나무의 속을 파내어 공명통을 만든 데 반해, 산조가야금은 앞판은 오동나무, 뒤판은 밤나무 등의 나무를 잘라 붙여 공명통을 만들었으며 양이두가 없다. 산조가야금은 19세기 후반에 민속악이 발달하면서 생겨났는데 산조가야금은 정악가야금의 변화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즉 느리고 절제된 음악이 빠르고 표현력 있는 음악으로 변화되면서 빠른 음악을 연주하기에 좀 더 수월한 새로운 가야금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필요에서 가야금의 몸통 크기를 줄이고 줄 간격도 좁힌 산조가야금이 생겨났다. 산조가야금은 민속악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산조를 비롯해 시나위, 민요반주 등에 쓰이며 새로이 작곡되는 현대음악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 18현금

    18현금은 1986년부터 쓰이기 시작했으며 현대적인 관현악 합주 필요에 의해 생긴 악기로 오음음계로 조율된다. 18현금의 현은 산조가야금이나 정악가야금과는 달리 폴리에스터 합성현으로 되어 있어 명주실로 된 악기보다 좀 더 화려하고 음량이 크다.

    - 25현금

    25현금은 1995년경 중국 연변의 23현금의 영향을 받아 22현금이 연주되기 시작했고 그 후 3현이 첨가돼 25현금으로 정리돼 쓰이고 있다. 현은 18현금과 마찬가지로 폴리에스터 합성현으로 되어 있으며 음역은 18현금과 같으니 7음 음계로 조율된다. 이 외에 21현가야금, 고음가야금, 저음가야금, 철가야금, 전자가야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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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영 김해시립가야금단 음악감독이 가야금 연주를 하고 있다.


    ▲ 가야금의 연주법

    전통적으로 가야금은 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가야금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오른손으로 줄을 뜯거나 튕겨서 소리를 낸다. 또 왼손을 이용해 줄을 누르거나 흔들어 주면서 소리의 다양한 여음들을 만들어 낸다. 전통가야금은 왼손으로 줄을 눌러 4~5도의 음을 높게 만들 수 있는데, 가야금의 매력은 이런 가야금의 특징에서 나오는 음의 여음을 왼손으로 화려하면서도 다양하게 여음을 만들어 내는 데 있다.



    ▲가야금 음악의 장르

    가야금 음악은 전통음악과 현대음악(창작음악)의 두 종류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 중 전통음악은 정악과 민속악으로 구분할 수 있다. 현대음악(창작음악)은 1930년대 이후 서양식 개념으로 작곡가에 의해 새로이 작곡된 작품을 말한다.

    △전통음악

    - 정악: 정악이란 여민락 등과 같은 궁중음악이나 영산회상, 가곡과 같은 선비들의 풍류음악을 말하는데 정악가야금으로 연주한다. 대체적으로 매우 느리며 감정의 표현이 절제된 음악이다. 예전 선비와 같은 지식인들은 음악을 통해 마음의 수양을 얻고 더 높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들이 사랑하고 즐기던 음악이 바로 정악(正樂)이다.

    - 민속악

    민속악이란 일반 대중들이 즐겨 하던 음악으로 산조, 시나위, 가야금병창(가야금으로 직접 반주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음악), 민요나 무용반주 등과 같은 음악이며 이에는 산조가야금을 사용한다. 정악에 비해 속도가 빠르며 감정의 표현이 자유롭고 매우 격정적이다. 정악에서는 절제됐던 굵은 농현과 폭넓고 다양한 음의 변화가 나타난다.

    △현대음악

    서양음악이 유입되면서 1930년경부터 작곡가들에 의해 새로운 작품들이 작곡되기 시작했다. 독주곡, 중주곡, 협주곡 등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곡들이 작곡되고 있는데 이러한 음악들은 현대곡, 창작곡 혹은 신곡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현대음악에는 정악가야금과 산조가야금 혹은 그 외 다양한 종류의 가야금들이 사용되고 있다.

    가야금의 전통적인 연주법은 현대에 와서도 가야금 연주의 가장 기본적인 연주법으로 계승되고 있으며, 더욱 세분화되면서 확장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전통음악에서는 전혀 쓰이지 않았던 왼손 선율연주 및 화음연주 등의 극한의 현대적인 주법들이 현대곡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도움말= 이지영 김해시립가야금단 음악감독

    정리=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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