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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8월 1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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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탐방] 7. 이다원

(7) 일곱 번째 다방, 이다원

  • 기사입력 : 2017-04-03 15: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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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딩 임페리얼(Wedding Imperial). 방금 마신 홍차 이름이었다. 지인과 중요한 이야기 중이었는데도, 대화에 정신이 팔려 있었는데도, 단박에 온 감각을 빼앗긴 기분이었다.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차 홍차 맞아요? 이름이 뭐예요? 이영숙(45) 이다원 대표는 말했다.

    어떤 차를 내어도 열이면 열 모두가 "이 차 무슨 차냐?"고 묻는다고. 그건 분명 이 집 차가 다른 집 차 맛과는 사뭇 다르다는 말일 거다. 해봐야 녹차 맛 아니면 홍차 맛 아닐까 하는 생각. 그런 편협한 생각을 버리자. 그러니까, 이번 다방에서는 지금까지 해오던 커피 이야기 말고 차 이야기를 한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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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다원(利茶源)을 연 지는 1년 반 정도 됐다. 식품회사 연구원으로 오래 일해 온 이 대표에게 이다원은 일종의 '실험실'이다. 이 대표가 재직했던 회사는 막걸리나 와인 등 주류를 연구하던 회사였는데, 어느 날 페트에 차를 넣어 유통 시켜보자는 제안이 나왔고, 그때 처음 유럽 차를 접했다. "각종 차를 테스트 하면서… 솔직히 깜짝 놀랐어요. 전 우리나라 차가 최고이고, 전부라고 생각하고 살았거든요." 하지만 국산차보다 등급이 떨어지는 이국의 차가 훨씬 맛깔스럽고 매력적인 차로 재탄생해 비싸게 팔려나가는 것을 봤다. 블렌딩(Blending)을 통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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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다원 이영숙(45) 대표.


    블렌딩. 커피에만 블렌딩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싱글 차 하나만 마시잖아요. 녹차면 녹차, 홍차면 홍차, 황차면 황차 이런 식으로. 차에 뭔가를 섞어 마신다는 생각을 못했잖아요. 그때 우리 차가 최고이고 전부라는 생각이 와장창 깨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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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차가 최고이고, 전부라는 생각. 그건 태생적으로 지닐 수밖에 없는 신념 같은 거였다. 집안이 3대째 하동에서 차밭을 하고 있다. 아버지는 아침에 눈만 뜨면 차밭으로 나갔다. 얼마나 애지중지 차나무를 돌보아 왔는지 이 대표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4~5년 전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자식처럼 아꼈던 차나무를 가차 없이 뽑아버리는 아버지. 커피가 음료시장을 무섭게 잠식하고 있었고, 일일이 수작업으로 따야하는 하동 녹차는 수지타산에도 맞지 않았다. 차밭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판매가 잘 되는 것도 일부 고급차종뿐, 거기에 이국의 차들이 화려한 색감과 향으로 무장하고 커피시장에 편승해 국내로 몰려왔다. 지난해부터 스타벅스의 자회사인 티 전문브랜드 티바나(Teavana)가 국내에 런칭돼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그러나 격식을 중시하는 한국 차 문화는 젊은층과 점점 멀어져갔다. 차밭에서 뛰어놀고 컸던 사람으로서,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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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참담함 속에서 해결책으로 찾아낸 것이 블렌딩이었다. 그것이 유일한 돌파구이자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시장 같아 보였다. 이 대표는 회사를 그만두고 2년 동안 티 소믈리에, 티 블렌딩을 배우고 연구해 이다원을 열었다. 당(糖)에 절여 먹는 것이 전부였던 과일이나 구근이 건조되어 차와 섞이기 시작했다. 블렌딩은 한마디로 차나 허브를 베이스로 과일, 채소, 구근 등을 넣어 색과 맛, 향, 기능성을 더해 조화롭게 티를 창조하는 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어 국산 녹차에 레몬그라스와 치자, 생강을 넣어 블렌딩 하면 전혀 새로운 맛의 차가 탄생하는 식이다.

    생강과 녹차가 어우러져 날카로운 맛을 내고 레몬그라스가 싱그러운 향을 내며, 치자가 샛노란 색을 만들고, 이 모든 재료가 어우러져 소화기관을 순화하는 기능까지 이끌어 낸다. 이러한 방식으로 갖가지 재료를 제 마음대로 섞을 수 있으니 탄생되는 티의 '경우의 수'는 '무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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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다원을 단순히 카페로 생각하기 어려운 건 차를 팔기만 하지 않는다는 데 있는 듯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차라고 하면 녹차나무와 홍차나무가 따로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차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잘 모르는데 어떻게 소비를 해요. 판매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 했어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교육. 현재 일주일에 2번 3~5명 씩 지역에서 차에 대해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세계 각국의 차를 다루고, 실로 엄청나게 많은 재료들로 블렌딩을 해본다. 때문에 카페는 가끔 교육장으로 변신하기도 하는데, 카페의 하쪽 벽면에 차 블렌딩 재료가 마치 수장고처럼 분류되어 빼곡히 들어선 모습이 볼거리다.

    이 대표는 지역의 이런 자그마한 노력이 차가 커피처럼 대중화 되고, 격의 없는 음료로 거듭나는데 일조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차는 누구나 먹을 수 있죠. 그래야 하고요. 차를 다루는 의식이나 정신만을 강조하면서 사람들이 커피만 찾는다고 탓하면 안 되죠. 차를 가깝게 느끼도록 유인할 방법을 찾아야죠. 하지만 차는 또 아무나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차에 대한 저의 입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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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미로운 건, 이다원에 온 손님이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대화는 얼마나 오래할 것인지 등을 가늠해서 '맞춤형'으로 차를 블렌딩해 나간다는 거다.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었다면 깔끔한 차로, 오래 머물러야 한다면 여러 번 우려내도 향취가 변함없는 차를 블렌딩한다.

    이다원에서 하는 '실험'은 바로 블렌딩을 해서 차를 내고, 차를 마신 손님들에게 바로 피드백을 받는 일련의 과정이다. "이 실험을 수없이 계속하면서 조금씩 저변을 넓혀나가다 언젠가 자본력이 뒷받침되면, 차 제조와 연구, 계발을 하고 싶어요. 그것이 이 공간을 통해 제가 이루고픈 궁극적인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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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력 포인트
     
    이다원에서는 차와 어울리는 음식에 대한 연구와 실험도 하고 있다. 이 대표의 친오빠인 이만석(49) 씨가 재료의 맛을 살린 독특한 메뉴들을 만들었다. 이 씨는 30년 가까이 한정식을 다룬 베테랑 요리사다. 전복해물영양돌솥밥, 단호박훈제오리오븐구이 등 깔끔하고 부담이 적은 메뉴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식전에 싱글티가 먼저 나가 입맛을 돋우고, 식사 이후에는 각 테이블에게 맞게 자체 블렌딩한 티가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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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메뉴
     
    모연정(母蓮情·6,000원). 이 대표가 직접 블렌딩한 차. 2015년 커피&티페어 허브 블렌딩 부문 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루이보스를 베이스로 홍삼, 연근, 황기를 블렌딩 했는데, 소위 '한약방 냄새'는 전혀 나지 않는다.(기자는 홍삼, 연근, 황기 때문에 한약 같은 맛일 거라 생각했다) 이 차의 이름이 모연정인 이유는, 이 대표가 자신의 어린 아들의 건강을 생각하며 블렌딩 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6,000원은 차 한 잔이 아니라, 티팟 하나에 우려 나오는 차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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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 및 영업시간
     


    창원시 의창구 사림로82
    오전 8시30분~오후 10시30분
    매월 첫째 일요일 휴무
     
    글=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사진=김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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