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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당신이 위태로우면 예술이 위태롭고 사회가 위태롭습니다- 서연우(시인)

  • 기사입력 : 2017-03-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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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수예술 진흥 취지로 조성된 문화예술기금이 고갈 위기에 직면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한다. 공공 지원 의존도가 높고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는 우리 문화예술 생태상 예술계에 닥칠 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 미국의 경우 국립예술기금위원회가 매년 의회로부터 직접 국립예술기금을 배정받아 문화예술계 전반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며, 영국 문화예술위원회의 경우 ‘복권 기금법’을 통해 재원의 안정성을 굳게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관계부처는 물론이고 지원금 없이 제대로 예술 활동을 할 수 없는 예술계조차 이 파행에 대해 쉬이 간과하고 있으니 직·간접적인 피해를 떠안게 될 국민은 말할 것도 없다.

    ‘최고은법’으로 불리는 ‘예술인복지법’이 2011년 제정되고 예술지원정책은 점점 진화하고 있으나, 여전히 예술인은 보편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5년 예술인 실태조사’에 예술인 개인이 예술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연수입은 평균 1255만원으로 예술 활동만으로는 여전히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이며 예술인의 50%가 예술활동 외 직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뒷받침하듯 연극인과 배우 등 공연예술인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다목적홀에서 창립선언문(“당신이 위태로우면 예술이 위태롭고 사회가 위태롭습니다.”)을 발표했다. 현재 소규모의 기초 공연예술은 전적으로 정부 사업과 기금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기금 지원 시 예술인들의 최저임금을 적시하지 않으니 생존권을 지키고 예술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나는 대중예술가다. 따라서 내 공연을 보기 위해 표를 산 대중 앞에서만 공연하겠다. 내 노래를 듣고 싶으면, 공연장 표를 끊어라.” 노동조합은 ‘밥은 먹고 예술 하기’를 위해 앞서갈 물길, 가야 할 물길이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홈페이지에는 ‘도민이 문화향유 기회를 마음껏 누리고, 도내 문화예술인이 우수한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여 지원하겠습니다’라는 인사말이 있다. 그 인사말에 걸맞게 지원사업의 심사위원들은 분야를 드러내지 않고 ‘최소한의 경비라도 지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라고 심사 경위를 밝히며 골고루 배분했다. 예술을 지원하는 거라면 독창성, 특수성이 강조돼야 한다. 인프라가 확실하고 지원 목적에 부합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솔로몬의 지혜로운 재판 나눠 먹기가 생각나 경이(驚異)를 표한다.

    수많은 꽃이 차례차례 피어 대책 없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니 그 방긋 웃는 향기를 안고 많은 걸 시작하는, 그래서 설레고 두렵기도 한 봄이다. ‘왜 안 피냐고 독촉하면 곧 피고, 비 맞고 쓰러져 있으면 흙을 돋아 일으켜 세우면서 바로 서 있으라고 야단치면 다시는 넘어지지 않는다. 내 마당의 꽃들이 내 말을 잘 듣는다고 해서 노랗게 피는 꽃한테 빨갛게 피라거나, 분꽃처럼 저녁 한때만 피는 꽃한테 온종일 피어 있으라는 무리한 주문은 안 한다.’(박완서, 산문 ‘꽃과 나무에게 말 걸기’). 고로 나는, 우리는 여전히 비비대기를 치며 산다. 죽어도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목숨이라고.

    서연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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