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금어초-세월호 영령을 위하여 - 주선화

  • 기사입력 : 2017-03-30 07:00:00
  •   
  • 메인이미지
    메인이미지




    너는 예뻐

    예쁘니까 꽃이지

    사람은 예뻐

    예쁘니까 사람이지

    예쁜 것은 세상의 진리와 가치



    붉은 꽃은 붉게

    노란 꽃은 노랗게

    흰 꽃은 희게

    저마다의 얼굴로 한껏 피어올라

    금붕어보다 아름다운 꽃



    문득, 꽃 지고 해골이 되다니

    흙바람 속에 흙처럼 검은 얼굴 같은

    주검의 바다도 차마 씻어내지 못해

    금붕어보다 아름다운 꽃 진다

    시들지 마, 금어초

    금어초란 꽃이 있습니다. 본문에도 있으나 흰색이거나 노란, 붉은색을 가진 꽃은 금붕어의 입 모양 같다고 하여 금어초라 불립니다. 보통의 여리디여린 꽃이라 여겨질 법도 하겠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꽃이 시들면 해골처럼 변합니다. 잠깐 오싹해지는 기분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또한 시인은 금붕어보다 아름다운 꽃이 진다고, 그러나 부디 시들지 말라고, 가슴 절절한 시에 기대고 있습니다.

    1000일을 넘겨 배를 건졌습니다. 물 한 모금도 쉽게 넘기지 못할 시간들, 참으로 길고 길었습니다. 저마다의 얼굴로 한껏 피어오르도록 키워 냈을 부모의 심정이 어떠하였겠습니까. 목 놓아 울고 울어도 마냥 심장이 쪼그라들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자식을 가진 세상의 모든 부모라면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낮과 밤이 어찌 무겁지 않았겠으며, 가슴 저리지 않았을지. 이 봄날에, 그들의 비통한 가슴에다 우리는 무엇으로 진심 어린 따뜻한 위로를 전할 수 있을지, 막막하고도 먹먹해지는 날입니다.

    정이경 시인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기자명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