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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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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싸움의 정석과 세 치 혀- 전강준(부국장대우 경제부장)

  • 기사입력 : 2017-03-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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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라리 한 대 맞고 말 걸.”

    그러나 상대는 때리지 않는다. 우리들의 잘잘못을 일거수일투족 지적하며 일장연설에 들어간다. 가끔 쌍욕도 튀어 나온다. 인격적인 모욕이 극에 달할 쯤에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는 조용한 방법으로 연설에 들어간다. “아! 지겹다.” 차라리 한두 대 맞았으면 좋겠다. (군 시절)

    지금 SNS, 인터넷 등에는 막말 싸움이 한창이다. 접속하기 무섭게 욕으로 시작해 상대방의 흠집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대통령 선거일이 얼마 남지 않자 각 후보자의 누리꾼들은 쌍스러운 욕으로 상대편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페이스북 등 SNS 등에서 욕하는 것이 상대편을 생채기 내는 한 방법이 됐고, 자신의 입지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강한 눈빛으로 ‘한판 붙자’라는 신사적인 방식은 인터넷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고전적인 수법이 됐다.

    따라서 막말이 세계적 흐름이 된 느낌이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막말은 선거 패배로 낭패를 볼 듯했지만 그냥 당선으로 이어졌다. 막말이 선거를 이긴 것이다. 그래서인지 막말이 인터넷이나 SNS를 달구고 있는지도 모른다. 후보자(예정자)나 지지자나 막말 잘하는 사람이 우위에 선 듯하다. 싸움은 무방비 때 가격을 하든, 어쨌든 이기면 된다는 것.

    옛 전쟁을 다룬 문헌에는 그나마 감성적이다.

    전국시대 위나라 장수 오기의 병사 다루는 방법이다. 오기가 순찰을 하다가 종기 때문에 끙끙 앓는 병사를 보고 꿇어 앉아 서슴없이 상처의 고름을 빨아주었다. 이를 전해 들은 그 병사의 어머니가 땅을 치며 울었다. 까닭을 물으니 “오 장군이 자기 남편의 등창을 빨아주어 그가 전쟁터에서 전사했다. 아들도 아버지처럼 전쟁터에서 죽기로 싸울 것 아니냐. 이번엔 아들을 잃게 되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장수 오기처럼 병사들의 마음을 움직여 죽을 각오로 싸우게 하는 것이 싸움의 정석이다. 예전에는 그랬다. 싸움에서 병사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병사의 고름까지 빨아주는 정성을 보여줘야만 했다.

    현재의 대권 등 싸움은 그렇지 않다.

    SNS 등 인터넷에서는 상대편 흠집을 할퀴고, 스스로 입지를 드러내는 등 누리꾼의 행위는 차갑기 그지없다.

    남북으로 쪼개져 있는 우리나라는 이번 대통령 탄핵 과정을 겪으면서 확실히 사분오열됐다. 남북, 동서로의 지역별, 좌우의 이념별, 젊은이 늙은이의 세대별로 쫙쫙 쪼개진 느낌이다. 이 분열의 한편에는 SNS, 인터넷 등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전쟁이란 즉사즉생의 각오와 충성심·애국심으로 승리를 얻는 법을 터득한다 하지만 이제는 세 치의 혀까지 포함돼 세력을 펼치는 느낌이다.

    남의 흠집과 실수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여기에 쌍욕까지 뒤따르는 것이 선거행위의 일부라면 세대간, 지역간, 이념간 갈등의 폭만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인터넷에서 난무하는 그놈의 세 치 혀가 우리나라를 사분오열시키는 주범이 된다면 불행하기 그지없다. 지역, 세대, 이념간 갈기갈기 찢긴 현실이 하나로 통합돼 사라질 날이 있다면 그 시간이 얼마나 흐를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날름거리는 세 치 혀보다 차라리 한 대 맞고 좋아졌으면 좋겠다.

    전강준 (부국장대우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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