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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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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058) 제18화 푸른 기와지붕 사람들 48

“회장님이 봄을 타시나 봐요”

  • 기사입력 : 2017-03-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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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는 춘천고속도로로 달렸다. 올림픽도로를 빠져 나오자 곧바로 춘천고속도로와 연결되었다. 서경숙은 차창으로 흘러가는 풍경을 내다보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봄기운이 완연하고 햇살이 따뜻하기는 했으나 꽃이 피지는 않았다. 다만 양지쪽에 푸른 기운이 감돌고 있어서 봄이 멀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서 이사….”

    임준생이 운전을 하면서 서경숙을 불렀다.

    “네?”

    “때때로 쓸쓸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회장님은 쓸쓸하셨어요?”

    “우리 나이쯤 되면 죽음을 생각하지. 죽음을 생각하면서 남은 시간 동안에 무엇을 할까,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점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요.”

    임준생은 갑자기 감상적이 되고 있었다.

    “회장님은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후회돼요?”

    “데이트요. 데이트를 제대로 못해 본 것이 후회돼요.”

    “사모님과 결혼할 때 데이트하지 않았어요?”

    “우린 중매로 만났어요. 데이트 같은 것도 할 시간도 없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지. 나는 돈을 버는 데 열중하고 아내는 아이들을 키우는 데 세월을 보냈어요. 문득 뒤를 돌아보니까 세월이 여기까지 흘렀더라고….”

    “회장님이 봄을 타시나 봐요.”

    서경숙이 유쾌하게 웃었다.

    “그런가?”

    임준생도 피식 웃었다. 차는 양평 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도로 양쪽으로 첩첩 산들이 이어졌다. 양평을 지날 때마다 험한 산세에 감탄하고는 했었다.

    “휴게소에서 쉬었다가 갈까요?”

    “좋아요.”

    임준생은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휴게소로 들어갔다. 서경숙은 임준생과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쉬었다.

    “한 번은 혼자서 여행을 떠난 적이 있어요. 혼자서 차를 끌고. 동해안에서 남해안, 서해안으로 한 바퀴 돌았어요. 몇 년 전 일인데 쓸쓸하면서 찬란했던 것 같아.”

    휴게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가족 나들이를 하는 사람, 청춘 남녀, 워크숍이라도 참여하는지 같은 제복을 입은 사람들. 그들이 즐겁게 웃고 떠들면서 오가고 있었다. 휴게소의 파라솔 아래에 앉아서 사람들을 보는 것도 즐거웠다.

    서경숙은 휴게소 가판점에서 핫도그 두 개를 샀다.

    “이거 드셔 보셨어요?”

    핫도그 한 개를 임준생에게 주었다.

    “옛날에 아들과 함께 먹어 본 일이 있어요.”

    임준생이 핫도그 하나를 받아서 입에 넣었다.

    서경숙도 핫도그를 먹기 시작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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