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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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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오월 대선에 거는 기대- 이문재(사회2부장)

  • 기사입력 : 2017-03-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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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나라에서 들려온 얘기다. 체코에 있는 ‘드부르 크랄로베 동물원’이 최근 멸종 위기종인 코뿔소들의 뿔을 짧게 자르기로 결정했다. 수의사들이 동물원에 있는 남부 흰코뿔소 파미르의 뿔을 전기톱으로 잘라냈다. 코뿔소의 상징인 뿔을 잘라낸 이유가 기가 막힌다. 밀렵꾼들이 프랑스 파리 한 동물원에 침입해 4살 된 흰코뿔소의 뿔을 전기톱으로 잘라간 사건 때문이란다. 드부르 크랄로베 동물원 측은 이번 결정에 대해 ‘코뿔소가 뿔이 잘려나가는 것이 죽는 것보다 명백히 나은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뿔이 코뿔소를 있게도 했지만, 뿔 때문에 코뿔소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바야흐르 대선 정국이다. ‘장미대선’이다, ‘벚꽃대선’이다 낭만적으로 불리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낭만과 거리가 한참이다. 각 당마다 ‘쎈’ 후보 뽑기를 위해 치열한 경선을 치르고 있다. 당내 경선은 당 대표 선수를 뽑는 과정이기도 하고 흥행몰이도 중요한 목적이다. 경선을 통해 후보자의 이미지를 높여 본선에서의 승리를 꾀하는 게 기본 전략이다. 하지만 지금 진행되는 각 당의 경선 분위기는 흥행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후보 간 정치 공세와 비방이 거세고, 감정싸움 양상까지 띠고 있다. 마치 본선에서 상대 당과 다투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건전한 자질 검증이나 정책 검증은 찾아보기 힘들다. 상대의 약점을 집어내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 과연 한 뜻과 목적을 가지고 만든 같은 당(黨)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다. 큰 당도, 쪼개진 당도, 본래 작은 당 할 것 없이 오십보백보다. 유권자들에게 눈길이라도 한 번 받을 수 있을까 걱정이다.

    본래 정치란 게 정답도 없고 염치도 없는 것이긴 하지만, 지금 같은 난국에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이런 게 아니다. 탄핵으로 인해 갈라지고 골이 팬 분열과 혼란, 증오와 분노를 보듬어 치유하는 리더의 출현을 그 어느 때보다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하기야 일단 대표 선수로 뽑혀야 용꿈을 꿀 수 있으니, 집안 정리하기도 만만찮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대선을 뛸 사람이라면 국가를 운영할 비전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적임자임을 인정받아야 한다. 충분히 검증할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을 감안해도 너무나 실망스럽다.

    본선에서는 다르리라 믿는다. 최근 일련의 정치상황을 볼 때 유권자들은 이제 고만고만하지가 않다. 불분명하거나, 대책 없이 앞뒤 맞지 않는 구호에 현혹될 국민은 아무도 없다. 보수진영의 한 경선 참여자는 ‘큰 난리가 일어났을 때는 크게 통치해야 한다’고 했다. 대란대치(大亂大治), 동감이다. 어떤 대치를 할 요량인지는 몰라도,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임은 분명하다. 조만간 당내 경선이 끝나고, 후보가 결정된다. 이들이 예선 때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면 큰일이다. 결선에는 국민들이 원하는 선물을 들고 나와야 한다. 큰 정치가 됐든, 올망졸망한 정치가 됐든 정책으로 맞붙어야 된다. ‘일단 이기고 보자’는 얄팍한 수는 금세 들통난다. 비전과 정책으로 속이 꽉 차고 단단한 뿔로 무장해야 대선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모양과 크기만 그럴싸한 뿔로는 버틸 수도 없고, 유권자들의 눈을 속이지 못한다. 한시라도 빨리 국가와 국민을 위한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어떤 후보가 승리를 거둘지 모르겠지만, 얼렁뚱땅 난 뿔로 아무렇게나 들이대다간 코뿔소의 낭패를 당할 수도 있음이다.

    이문재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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