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3일 (화)
전체메뉴

[거부의 길] (1057) 제18화 푸른 기와지붕 사람들 47

“가고 싶은 곳이 있소?”

  • 기사입력 : 2017-03-28 07:00:00
  •   
  • 메인이미지


    그림은 보관 상태도 좋고 무엇보다 색감이 좋았다.

    “나도 이 그림을 소장하고 싶소.”

    “좋아요. 얼마에 파시게요?”

    “전문가들이니까 그쪽이 말해 봐요.”

    “받고 싶은 가격이 얼마예요?”

    “한 점당 삼백만원씩 다섯 점에 천오백만원이면 어떻소?”

    서경숙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림의 가격을 자신이 매기는 것이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백만원이라는 가격이 적정한지도 알 수 없었다.

    “감정을 받아보지 않으셨어요?”

    “내가 내놓은 가격이 감정가격이요.”

    서경숙은 조금 실망했다. 누구에게 감정을 받았는지 알 수 없었으나 값이 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알려지지 않은 그림 치고는 비싼 편이었다.

    “그렇다면 제가 사죠. 후회는 하지 않으시겠죠?”

    “나는 베트남으로 이민을 가니 그럴 일은 없을 거요.”

    서경숙은 송인호에게 그림값을 지불하고 다섯 점을 산 뒤에 그와 커피를 마셨다.

    “그림은 어떻게 구했어요?”

    “고물상에서 구했어요.”

    그림을 구입한 일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림을 모두 표구해요.”

    서경숙은 갤러리로 돌아오자 심은지에게 지시했다. 임준생이 차를 직접 운전하여 갤러리로 온 것은 12시가 조금 지났을 때였다.

    “회장님께서 손수 운전하세요?”

    서경숙은 운전석 옆자리에 타면서 놀라는 시늉을 했다.

    “운전도 못할 정도로 늙지는 않았소.”

    임준생이 자신이 넘치는 표정으로 웃었다.

    “어디로 가세요?”

    “가고 싶은 곳이 있소?”

    “아뇨. 회장님 따라 갈게요.”

    “그럼 속초 쪽으로 가겠소.”

    “그렇게 멀리요? 너무 멀지 않으세요?”

    너무 멀리 가면 하루에 돌아올 수 없다.

    “가다가 못 가면 쉬었다가 가지.”

    임준생이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했다. 차는 외제차였으나 호화로워 보이지는 않았다. 일부러 눈에 띄지 않는 차를 고른 것 같았다.

    “담배 피워도 돼요.”

    임준생이 전방을 보고 말했다. 서경숙은 담배 두 개에 불을 붙여 하나를 임준생의 입에 물려주었다.

    임준생이 기분 좋은 표정으로 웃고 담배연기를 빨아들였다가 내뱉었다.

    서경숙도 창문을 조금 열고 담배연기를 내뱉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