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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3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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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빈맥

  • 기사입력 : 2017-03-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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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충환 (창원경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주부 C(64)씨는 힘든 시집살이와 함께 지난 30여 년 동안 반복되는 두근거림으로 고생해 왔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부정맥을 진단받고 전극도자절제술을 받고 난 후 ‘왜 이렇게 늦게야 병원에 오게 되었냐?’라고 묻는 의료진의 물음에 대한 C씨의 대답이었다. 집안일을 하다가 1년에 한두 번 이상, 30분 이상 지속하는 두근거림이 있었으나 바로 병원에 가지 않고 다음 날이나 돼 병원에 가보면 정상이라고 해서, 시어머니는 당신과 살기 싫어서 아프다고 거짓말을 한다고 구박을 하곤 했다.

    그러다가 60살이 넘어서야 응급실에서 찍은 심전도에서 빠르게 뛰는 부정맥(빈맥)으로 진단돼, 이후 1시간여의 짧은 시술을 받고 완치되었다.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고 기분이 좋았으나 가슴 저 밑에서 올라오는 억울함과 분노는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처럼 빈맥이 매일 생기지 않거나 30분 이상 지속되지 않아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해 지속적으로 고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처럼 병원 접근성이 좋은 환경에서 갑자기 발생한 두근거림이 5분 이상 지속될 경우 참지 말고 집 근처 가까이에 있는 병의원(내과, 가정의학과, 응급실이든)을 방문해 “지금 두근거림이 심하니 당장 심전도를 찍어 달라”고 해야 한다.

    이렇게 찍은 심전도를 가지고 순환기내과를 방문하면 빠르고 수월한 방법으로 원인을 확인하고 적합한 치료를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정확한 진단이 안 되는 경우 전기생리학검사(EPS)를 통해 숨어 있는 부정맥을 유발시키거나, 반복되는 실신이 동반된 경우에는 이식형 심장리듬 모니터(REVEAL LINKTM) 장치를 몸에 심어 드물게 나타나는 부정맥도 찾아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심박 수의 정상범위는 분당 60~100회이지만, 심박 수가 분당 100회 이상으로 빨라지는 경우를 빈맥이라 한다. 빈맥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흔하게는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 심방세동, 심방빈맥 등이 있다. 주부 C씨는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으로 진단되었는데, 이는 갑자기 특별한 원인 없이 증상이 시작되는(발작성) 심방이나 방실결절에서 유래되는(상심실성) 빈맥을 말한다.

    대부분 심한 두근거림이나 흉통, 또는 심하면 실신 등의 증상을 호소하게 된다. 하지만 주부 C씨처럼 정확한 진단이 안 되어 정신과를 전전하는 경우도 많다. 진단을 위해서는 24시간 관찰이 가능한 심전도검사나 심초음파, 운동부하 심전도, 혈액검사 등의 다양한 검사가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전기생리학검사(EPS)를 시행할 수 있다.

    진단이 된 경우 카테터를 통해 심장 내 국소 부위에 전기적 자극을 줘 환자의 심장 전기 전도계의 상태를 검사하여 전기 자극을 통해 부정맥을 유발시켜 그 기전을 밝히고, 전극도자를 통해 빈맥이 오는 부위를 치료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생명에 크게 지장이 없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가파른 산이나 계단을 오르거나 고속 운전 중에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 상당히 위험하므로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 곽충환 (창원경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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