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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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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에 대하여 - 김선민

  • 기사입력 : 2017-03-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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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에

    라면 하나로 허기를 푼다



    안주는 보잘것없지만 부끄럽지 않다

    정작

    부끄러운 것은

    다른 사람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

    할 말을 삼키는 비겁한 짓



    진정 부끄러운 것은

    사람을 사랑할 줄 모르는 얼음 같은 마음이다



    마음을 덥히는 술 한 잔

    라면 하나로

    허기진 세상을 채워본다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에 라면으로 허기를 풀다니.



    이 얼마나 소박한 풍경인가. 시인은 그래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고 한다. 왜일까? 소위 말하는 금수저들이 드나들 법한 호화로운 술집이 아니어서 허세를 떨고 갑질을 하지 않아도 될 터이리라. 장소가 포장마차이지 않은가. 즉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할 일을 처음부터 하지 않았으니 그럴 것이라는데 생각이 미치자 너무나 인간적이라는 느낌이 전해져 왔다. 할 말을 삼키는 비겁한 짓도, 사람을 사랑할 줄 모르는 얼음 같은 부끄러운 일을, 전혀 하지 않았을 시인이 하는 말을 듣는 기분으로 끝까지 읽었다. 이 시는 비록 소소한 삶을 살아도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전언을 전하고 있기에.

    이맘때는 으레 애매한 날씨가 이어진다. 꽃피는 삼월이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아침저녁으로는 겨울 날씨에 가깝다. 이런 때에는 감기 들기도 쉽고, 비염 환자에게도 곤혹스럽지만, 오늘 저녁 퇴근길에는 못 마시는 술이지만 술친구라도 되어줄 심사로 포장마차에서 만나자는 약속하면 어떨까 싶어진다. 마음을 덥히는 술 한 잔으로 허기진 세상을 채워도 보면서 말이다. 술 한 잔을 놓고 허심탄회한 우리들 또한 정녕 부끄럽지 않은 소시민이므로 가능하리라. 정이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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