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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빈곤 자살’ 없도록 하자- 양영석(뉴미디어부장)

  • 기사입력 : 2017-03-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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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난 2014년엔 또 하나 가슴 아픈 사건이 있었는데 송파 세 모녀 자살사건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단독주택 지하 1층에 사는 세 모녀가 큰딸의 만성질환과 어머니의 실직으로 인한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메모와 함께 갖고 있던 전 재산인 현금 70만원을 집세와 공과금으로 놔두고 번개탄을 피워 자살했다. 사회안전망의 한계와 복지 사각지대를 드러낸 사건으로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줬다.

    세 모녀는 부양의무자 조건 때문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자살하기 3년 전 관공서에 복지 지원을 타진했으나 대상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 뒤 재신청을 하지 않았다. 이는 30세 성인에 대한 추정소득이 산정됐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파장으로 ‘송파 세 모녀법’으로 불리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과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에서 각각 통과됐다.

    이에 따라 국민기초생활수급자를 선정할 때 최저생계비 대신 중위소득과 연동한 급여별 선정기준을 도입하고 주거·교육급여 선정기준을 확대했으며 부양의무자 기준도 상당부분 완화했다. 하지만 ‘도덕적 해이’와 ‘재정 부담’을 이유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폐지하지 못해 논란이 되고 있다.

    부양의무자 제도는 빈곤층이 수급자 자격을 획득하는데 ‘족쇄’로 작용해 빈곤에 시달리다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소득인정액이 수급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탈락되는 이들이 적지 않아 공공부조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과거보다 부모-자식 간 부양관계가 악화돼 실제 부양받지 못하는데도 수급자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끼니를 잇지 못하는 이웃들이 적지 않고 생계형 범죄 등 안타까운 사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게 하려면 예산을 늘려 복지의 절대적 수준을 높여야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은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줄곧 강조했다. 2013년 집권 초기에는 ‘공약 가계부’까지 발표하며, 세입과 세출 관리만으로 복지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약속한 기초노령연금, 무상보육, 초등 온종일돌봄, 4대 중증질환 비급여 부담, 반값등록금 등 대부분이 애초 시행하기로 했던 수준보다 크게 후퇴했다.

    재정 수입과 지출은 현 정부의 임기 초기부터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임기 막바지에 들어서 부처마다 세출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사업을 축소하기에 바빴다.

    ‘증세 없는 복지’ 기조에 세출마저 조이면서 위험사회에 대한 대응력은 떨어지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사회 속도가 빨라지면서 자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의무지출 비중은 가속화되고 있지만 새로운 위험에 써야 할 재정 여력은 오히려 축소되고 있다.

    절대 빈곤층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면서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도록 하려면 복지제도의 장벽을 낮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송파 세 모녀의 비극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양영석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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